매일신문

정신지체 장애 동수와 태수의 '행복매점'

"우리도 어엿한 사장님입니다." 대구시 동구 각산동 일심재활원엔 정신지체장애인 '사장님'이 두 명 있다.

김태수(31·정신지체장애 1급)씨와 이동수(28·정신지체3급)씨가 그 주인공. 이들은 지난 7월 일심재활원 한쪽에 동업으로 가게를 차렸다.

이름하여 '동수와 태수의 행복매점'.

이들은 얼마전까지 실직자였다.

재활원에서 배우고 익힌 기술을 살려 수년간 자동차부품공장에서 일했으나 지난해 정부의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이 대폭 줄면서 실직당한 것. 이후 1년간 '백수' 생활을 해 오던 이들은 재활원의 아이디어로 '동수와 태수의 행복매점'을 열었다.

들어간 비용은 모두 620만원. 태수씨와 동수씨가 지금까지 일하면서 모은 돈을 여기에 투자했다.

지난 4월 매점 개점 계획을 세웠고, 5월부터 재활원 빈 공터에 2.5평 남짓한 매점을 지어 7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아직 월 평균 매출은 100만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월 매출액에서 물품대를 뺀 수익금은 모두 태수씨와 동수씨 몫이다.

재활원은 이중 월 10만원씩 이들에게 용돈으로 주고 나머지는 재활자립금으로 저축하고 있지만 태수씨와 동수씨는 용돈도 모두 통장에 넣고 있다.

'행복매점'엔 과자, 컵라면, 초콜릿, 음료수, 아이스크림까지 있을 건 다 있다.

매점 앞엔 파라솔 테이블도 두 개 있다.

그래도 욕심이 난다.

계절에 따른 메뉴 변화를 계획하는 등 앞으로 사업을 더욱 키울 작정이다.

또 현재까지는 매점 이용 대상이 시설 생활인 140여명과 직원 60여명, 자원봉사자 100여명 등 월 200여명에 불과하지만 내년쯤엔 재활원이 정신지체장애인들과 주민 및 단체 등에 개방할 예정이어서 기대에 부풀어 있다.

태수씨와 동수씨는 찰떡궁합,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태수씨는 매점 이용자가 한꺼번에 들이닥칠땐 누가 뭘 샀는지 기억을 잘 못하지만 걱정없다.

대신 동수씨가 확실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또 동수씨의 계산 능력 부족은 태수씨가 완벽하게 메워준다.

개점하면서 배운 태수씨의 계산기 실력이 빛을 낸다.

태수씨는 "서로 호흡이 맞을 때도 있고 안맞을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팔고 셈하는 일이 즐겁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동안 돈 계산을 잘못해 거스름돈을 더 내준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하루 매상 계산이 꼭 들어맞는다.

외상도 꼼꼼히 관리한다.

외상으로 구입한 사람과 금액을 하나하나 메모지에 적어 계산대 위에다 붙여놓는다.

동수씨는 외상하는 그날부터 외상한 사람이 보일 때마다 따라다니며 반드시 받아낸다.

누가 '과자를 많이 구입했는데 서비스로 하나 끼워달라'고 하면 아예 못 들은 척한다.

재활원의 손아나(28·여) 교사는 "태수씨와 동수씨는 말은 좀 느리고 어눌하지만 재활원생 중에서 가장 똑똑해 잔금 정리 및 물품 주문을 제외한 모든 판매, 계산 등은 스스로 알아서들 한다"고 말했다.

손 교사는 또 "동수씨와 태수씨의 자립능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매주 간식 구입 프로그램을 통해 시설 생활자들의 대인관계 및 재활의식 고취, 사회적응력을 높이는데 크게 도움이 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수씨와 동수씨는 한푼 두푼 돈을 모아 사회에서 가게를 차리고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꿈이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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