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렸다 풀렸다, 대구의 교통흐름 우리 손에 달렸죠."
최근 날씨만큼이나 시민들의 주요 관심사는 교통정보다
아침에 일어나 자동차의 시동을 거는 순간 '어떻게 하면 목적지까지 빨리 갈 수 있을까' 운전자라면 한번쯤 가져보는 생각일 것이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마찬가지. 꽉 막힌 도로에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대구시내 교통흐름의 눈과 발이 되는 대구교통정보센터 사람들은 그래서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교통정보센터의 하루
8일 오전 8시 대구중부경찰서 5층 대구교통정보센터. 김영대 경사의 눈은 71개의 모니터를 향하고 있었다.
주요 네거리마다 설치된 CC-TV에서 보내온 도로상황은 시시각각 달라져 김 경사의 신경을 건드렸다.
팔달교 부근. 상습 정체지역이다.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속도가 떨어졌다.
김 경사가 현장에 있는 경찰에게 주위 도로사정을 전달해 보지만 차량은 더욱 꼬리를 물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는 교통사정이 다소 나아졌다고 했다.
기름값은 오르고 경기는 갈수록 나빠져 자가운전자들이 준 때문이라는 것. 도로에도 경기침체의 흔적이 묻어나는 듯했다.
오전 9시를 넘기자 모니터에서는 차량들이 시원스레 목적지를 향했다.
"이제야 한숨 돌렸네." 잠시 말문을 열던 김 경사가 이번에는 메모지에 뭔가를 또박또박 쓰더니 마이크를 잡았다.
"시내 막힘 없음. 교통 원활…. 오늘의 낮 최고 기온은 12도. 근무에 만전 기하기를. 이상." 하루에도 몇 번씩 교통상황 전달을 위해 무전기를 든다고 했다.
김 경사가 이곳에서 근무한 지는 이제 2개월째. 아직은 서툴러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했다.
교통정보센터에서는 대구의 도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수집하고 또 현장으로 전달한다.
말 그대로 대구시내교통흐름의 심장부인 셈이다.
때문에 도로에 차들이 달리는 한 이곳에 근무하는 20여명들의 직원들도 쉴 수 없다.
이곳 사람들에게 가장 바쁜 시간은 출퇴근 시간. 하지만 정작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곳은 신천대로. 갓길이 없어 사고가 날 경우는 속수무책이기 때문에 달리는 시한 폭탄과도 같다.
"사고가 날 경우 순식간에 막히는 것은 물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는 차량과,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뒤엉켜 커다란 주차장이 돼 버리기 때문. 그렇다고 뾰족한 해답도 없다.
사고 즉시 현장에 통제지시를 전달하지만 갓길이 없어 순찰차나 레커차가 위험을 감수하고 반대쪽 차로로 진입해야 하는 아찔한 순간을 모니터로 봐야 한다.
김병권 경사는 도로가 막혀 바쁜 사람들의 발목을 잡을 때면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정보센터 한쪽에서는 10여명의 직원들이 CC-TV에 찍힌 속도·신호 위반차량을 가려내고 또 위반차량에 대해 범칙금 고지서 발송 작업에 바쁜 손놀림을 하고 있었다.
이 역시 정보센터의 몫.
오전 10시쯤 유치원생 30여명이 인솔교사의 손을 잡고 정보센터를 방문했다.
이번에는 교통불편접수를 담당하고 있는 지소연 경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교통질서는 약속이에요. 누구나 함께 지켜야죠." 지 경장은 미래의 운전자들인 어린이들이 방문하면 교통안전교육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된다.
올해만 8천명의 어린 제자들이 생겼다.
"양보없는 마음이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질서를 깨뜨리는 비양심적인 행동이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며 "교통질서 준수 습관은 어릴 때부터 길러야 한다"고 했다.
◆또다른 시민의 발, 방송리포터들
"시 외곽으로 이어지는 길 입구가 출퇴근길 시간에 막히는 것도 최근 뚜렷한 경향입니다.
죽전네거리 신호 두번이면 통과 가능하고, 연호네거리 지나서 첫번째 횡단보도 부근 1차로 공사중이니 통과시 주의바랍니다.
" 운전대를 잡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낭랑한 목소리. 교통정보센터에서 꼭 빼놓지 말아야할 이들이 바로 방송리포터들. 이들은 시민의 귀와 발이 된다.
또 교통문제를 가장 가까이서 관찰하고 기록하는 증인이기도 하다.
정보센터에는 각 방송사에서 교통방송을 진행하는 11명의 리포터들이 있다.
MBC라디오 57분교통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김보현(28) 리포터. 이 곳 생활이 5년째다.
71대의 CC-TV 화면을 훑어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1, 2분이면 충분. 화면만 보고 정체구간이나 속도, 사고지점까지 한눈에 꿰뚫는 전문가가 다 됐다.
이곳 리포터들은 운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바쁜 손놀림으로 사고, 공사구간, 지·정체 상황 등을 꼼꼼히 챙긴다.
방송실 안에서 원격조종장치를 이용해 카메라의 각도를 바꾸거나 줌을 통해 끌어당기면 달리다가 갑자기 정지하는 자동차의 상태까지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는 화면 크기를 조정할 수도 있다.
막히는 구간을 파악하기 위해 쉴 새 없이 한국도로공사, 공항 등에 전화를 걸고, 사고가 나면 직접 담당 경찰과 통화하기도 한다.
택시기사들로 구성된 통신원들의 제보도 빼놓지 않고 챙긴다.
교통방송 박지윤(25) 리포터는 "화면으로 볼 수 없는 상습 정체지역은 직접 현장에 나가 도로사정 등을 파악하기도 한다"고 했다.
대구방송 김현진 리포터는 도로가 하나씩 늘 때면 이정표, 중요구간 점검 등을 파악하느라 새롭게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보니 대구시내 주요도로의 교통흐름은 직접 가보지 않아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항의 전화에 시달리기도 한다.
"교통흐름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소통이 원활하다고 해도 마음이 급한 사람에게는 지체가 될 수도 있죠."
월요일이나 비가 오는 날은 여느 때보다 차량이 많아진다고 한다.
CBS 황지연(29) 리포터는 "도로는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각이면 어쩔 수 없이 지·정체가 생긴다"며 "그럴 때일수록 서로 양보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교통흐름은 사회적 상황과도 맞물려 돌아간다는 것이 이들의 말. 주5일 근무의 여파로 토요일 오전 교통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최근에 나타난 현상. KBS 구정은(29) 리포터는 "사회가 혼란스러워 집회가 많으면 자연 도로사정도 나빠지게 되고, 토요일 쉬는 직장이 많아지면서 도로로 나오는 차량의 수가 급격하게 줄었다"고 했다.
"교차로에서 꼬리 물기를 하거나 진출로에서 끼어들기를 해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사람들은 혼내주고 싶기도 하고, 단속구간에 경찰이 있으면 살짝 알려주고 싶기도 해요."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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