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키워드로 읽는 2004 지역경제-(3)차이나 쇼크

中원자재시장 싹쓸이에'주눅'

대구경북 기업인들은 올 한해 가장 섬뜩한 단어로 '차이나(CHINA) 쇼크'를 꼽았다.

수년 전부터 지속돼 온 중국의 '시장 잠식'이 올 들어 그 속도를 높인 것은 물론 석유와 철판 등 세계 원자재까지 독식하면서 중국발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 것.

지역 산업 가운데 중국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은 업종을 찾기는 힘들지만 대표 산업의 하나인 안경을 보자.

대구경북의 올 들어 10월까지 안경 수출액은 1억1천28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줄었다.

중국이 지난해 세계수출시장의 13.9%를 점유하며 안경 수출 세계 2위로 급부상하면서 우리 시장을 급속도로 잡아먹은 탓이다.

국내 안경수출 2위인 (주)유레카광학 김학준 무역부장은 "저가품인 일반 안경테의 경우 국내 수출가는 4, 5달러인데 반해 중국산은 1달러 이상 값이 싸 가격경쟁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연평균 8%를 넘나드는 경제성장률에다 차기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경제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중국은 최근엔 세계 원자재 시장의 블랙홀이 되었다.

지역 기업들은 올해 내내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해 살얼음 위를 걸어야 했다.

값이 가장 많이 오른 것은 쇠. 차부품 선박부품 등의 기초재료인 선철의 국내 가격은 지난해 2월 t당 18만3천 원에서 9월 33만 원까지로 폭등했다.

자동차용 강판 가격은 지난해 초에 비해 약 3배 정도 올랐다.

재질이 나쁜 고철가격마저 지난해보다 2배 더 비싸졌다.

장충길 대구경북 기계공업협동조합 상무는 "중국이 쇠라는 쇠는 모두 빨아들이면서 가격이 오르지 않은 쇠가 없다"라고 했다.

지역 화섬업계도 중국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

매년 20% 이상 성장하는 중국 섬유산업이 섬유원료를 싹쓸이하면서 국제 합섬 원료·원사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에 따르면 9월까지 중국의 합섬원료 수입량은 765만t으로 지난해 1년 동안의 수입량 784만t에 육박했으며 1998년에 비해서는 무려 7배나 늘었다.

원유가격도 마찬가지다.

대구상의 조사결과 2002년 평균 배럴당 23달러 수준이었던 원유가격이 이달 현재 35달러에서 40달러 사이를 오르내리면서 2배 가까이 뛰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박원호 팀장은 "원사 등 중국의 원자재 수요 폭증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섬유업계는 물론 지역의 모든 업종 기업들이 '차이나 쇼크'를 철저히 연구, 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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