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확산일로 재선충 '묘수찾기' 골머리

감염되면 치사율이 100%나 돼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재선충이 경북지역에서 잇따라 발견되면서 산림 당국이 방제를 위해 온갖 묘수를 찾고 있지만 이렇다 할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은 1905년 일본에서 첫 발견된 이후 일본의 소나무 숲을 거의 멸절시켰을 정도로 치명적인 병충해다. 국내에서는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첫 발견된 이후 경북에서도 지난 2000년 5월 구미에서 첫 발견된 이후 칠곡·포항 기계· 경주 양남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북도 등 산림당국은 재선충 발생을 재난 상황으로까지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정확한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암 세포를 도려내 듯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군을 베어내 소각하거나 파쇄하는 방법 이외의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경북도는 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해 재선충이 발생한 3곳 인근에 총 사업비 2천600억여 원을 들여 길이 10km 내외·폭 2km 정도로 소나무를 완전히 베어내는 '무송(無松) 벨트'를 조성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기도 했다. 일종의 극약 처방인 셈. 그러나 무송벨트는 엄청난 사업비와 환경파괴에 따른 반대론 등에 부딪혀 백지화됐다.

일본에서 개발된 예방약이 효과가 있지만 그루 당 주사값이 기십만 원에 이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는 상황. 지난 14일 경주에서 산림청과 경북도·경주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책회의에서도 획기적인 방제책은 제시되지 못했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감염된 소나무를 베어낸 뒤 완벽히 처리하고 추가 피해 발생목에 대한 조기 방제를 실시할 경우 3년 내에 완전 박멸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라면서도 "그러나 강한 바람을 타고 재선충이 북상할 우려를 배제할 수 없으며, 재선충이 크게 번진 울산지역에서 재유입되는 것을 막을 방법도 없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벼물바구미 방제약을 항공방제로 살포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 방법은 소나무가 재선충에 감염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토양 미생물도 죽여 생태계를 파괴하고 하천 오염 등의 부작용 우려 때문에 산림당국은 선뜻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산림당국은 현재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는 만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벼물바구미 살포 실험을 내년 중 실시할 방침이다.

당국은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연구소 이상명 박사가 개발중인 살선충제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개발이 거의 완료됐으며 내년 중 현장 실험도 실시할 예정이다. 상용화되려면 많은 시일이 필요하지만 이 약은 그루 당 주사 비용이 4천원 정도에 불과해 나름대로 경제성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해용·김성우·이홍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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