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 왕굴(王窟)을 아십니까?'
앞산 안지랑골 등산로를 따라 30여 분가량 산 중턱을 향해 올라가다 보면 큰 바위 아래 작은 굴을 만날 수 있다.
깊이 2,3m 가량의 '동굴'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한 이 굴이 바로 고려 태조 왕건이 적군을 피해 몸을 숨긴 곳이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곳의 유래는 이렇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과 싸우다가 팔공산 전투에서 패해 왕굴에서 쉬어 갔다고 하는데 피신 중 견훤의 부대가 추격해 와서 왕건을 찾으려 하자 갑자기 안개가 가득 끼고 왕거미 줄이 쳐져 견훤의 부하가 그냥 돌아갔다.
덕분에 왕건은 난을 무사히 피해 고려를 세우기 위한 기도를 정진할 수 있었다.
'
왕이 머물렀다는 법력 탓인지 현재 이곳은 신단과 촛불을 켜고 치성을 드리는 장소로 변했다.
높이가 3m 채 못되는 굴 안은 어른이 선 키로 손을 뻗으면 손이 닿을 정도로 나지막하다.
등산객 양모(63·남구 대명동)씨는 "요즘도 복을 비는 무속인이나 기도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어 호기심을 가졌는데 이런 내력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했다.
왕굴은 안일사 뒤편에 있다.
앞산 안일사로 향하는 등산로를 따라 걷다 보면 10여m 높이의 돌탑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다시 20분가량 걸으면 된다.
앞산 정상 군부대 통신소에서 거꾸로 내려오면 더 가깝다.
왕건이 피신한 곳으로 알려진 앞산에는 유독히 왕건과 관련한 설화가 많다.
현재 남아있는 안일사 약수터는 왕건이 피신중에 목을 축였다고 해 일명 왕정(王井)이라고도 불린다.
왕굴 설화는 은적사 인근에서도 발견된다.
'왕건이 견훤을 피해 현재 은적사 옆 대나무 숲 속 자연동굴에 3일간 숨어 지냈는데 왕거미가 추격병들이 찾지 못하도록 거미줄을 쳐 줘 위기를 모면했다.
왕이 머물렀다고 해서 왕굴이라고 하는데 조금 아래는 장군굴이 있다.
'
남구청 정관식 담당은 "역사적인 진위를 떠나 앞산의 작은 나무하나, 돌 하나에 전하는 유래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우리 고장에 대한 애정도 깊이를 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사진: 고려 태조 왕건이 적을 피해 몸을 숨겼다는 앞산 왕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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