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화섬 악재만`연일 태산`

구미 화섬 악재만"연일 태산"

구미공단 화섬업계가 혹한을 맞고 있다.

만성적인 공급 과잉과 원료 값 상승, 중국의 저가공세, 환율 급락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기업에서는 이미 구조조정의 칼바람마저 거세게 불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부터는 지난 30년간 유지돼온 국제섬유쿼터제(수입물량 제한)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의해 폐지된다.

이에 따른 각국의 가격경쟁은 구미공단 화섬업체들의 목을 더욱 죄어올 전망이다.

상당수 업체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착수하고 경쟁력 없는 생산설비를 폐쇄하거나 중국 이전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시계가 제로(0) 상태다.

노조 장기파업 등으로 지난 3·4분기에만 232억 원 적자를 낸 ㈜코오롱은 지난 11월 말 부사장 3명을 퇴진시키는 임원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연봉제 사원 168명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또 구미공장 노조원 1천470명과 경산·김천 공장의 공제회 회원(비노조원)을 포함하는 생산직 구조조정을 위해 노조에 협조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코오롱은 원료비 부담 증가, 원사 경기 악화 외에 파업 악재까지 겹치면서 손실이 확대됐다.

누계 당기순익의 경우 작년 같은 기간 65억 원 적자에서 올해 279억 원으로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코오롱 관계자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100여 일간 지속한 파업 손실만 240억 원에 달했다.

"라며 "여기다 최근 원료 값 상승과 환율하락 속도가 너무 빨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라고 말했다.

실제로 폴리에스테르의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TPA)과 에틸렌 글 리콜(EG) 가격은 2년 전보다 각각 100%, 200%씩이나 올랐다.

더욱이 KOTRA 등 무역관련 기관에서는 섬유쿼터제가 폐지되면 면 의류와 합성섬유의 중국산 제품가격이 20∼50% 떨어져 국내기업들을 위협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워크아웃으로 매각절차를 밟아 우선순위협상자와 매각 협상을 진행중에 있는 동국무역은 최근 활로 모색을 위해 설비감축과 중국 이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동국무역은 지난 8월 중국 광둥성에 연산 6천 톤 규모의 스판덱스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오는 2006년에는 해당 공장에 500억~600억 원 가량을 추가 투입해 생산설비를 연산 1만8천 톤 규모까지 증설하기로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3, 4년 전부터 국내 사양산업 설비를 꾸준히 감축해온 데 이어 물류비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중국으로 생산공장을 이전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부도가 나 문을 닫은 회사가 인수자를 찾지 못해 공장의 설비가 고철로 녹슬어 가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7월 경영난으로 폐업한 금강화섬공장은 최근 대구지방법원에서 진행된 1차 경매에서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유찰됐다.

자산가치 820억 원대(감정평가액 기준)의 이 공장은 국내 폴리에스터테르 라인으로는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화섬업계의 자금난으로 인수자가 나서지 않아 유휴시설로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IMF라는 복병을 만나 지난 2000년 문을 닫은 대하합섬 부지도 일부는 기업들이 인수했지만 신규투자는커녕 현재는 주차장 부지로 사용되고 있는 처지다.

구미공단의 중견 화섬업체인 효성과 새한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이들 업체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인 스판덱스 시장 역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원료가격은 급등하고 있는 반면 제품 판매가격은 줄곧 내리막길이다.

게다가 낮은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에 뛰어들면서 스판덱스 시장도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처럼 공급과잉 국면에 접어들었다.

업계 관계자인 김호규(45·가명)씨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스판덱스의 평균 판매가격은 파운드당 20달러에 달했으나 최근 들어서 6.5달러까지 떨어진 반면 스판덱스 원료인 PTMEG(폴리테트라메틸렌에테르글리콜) 가격은 지난 1월 t당 2천3백50달러에서 2천8백 달러로 20%나 급등했다.

"라고 하소연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