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가고 새해를 기다리는 시점에서는 뒤를 돌아보고 앞날에 대한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다.
올 해 우리나라 경제는 민간 소비침체와 기업 투자부진으로 3/4분기까지 평균 5%대 성장이라고 한다.
내년에는 4%대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슷한 처지의 다른 나라들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거두고 있는 경우도 있어 상대적인 침체감이 더욱 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수출을 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기록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어 우리 경제의 역량이 결코 부족한 것은 아닌 듯싶다.
게다가 외국인들의 국내 직·간접 투자도 이어져 외환보유액은 높아가고 우리나라 돈 가치도 연초에 비하면 10%가 넘게 올랐다.
이렇게 양극화의 골이 깊어 가고 경기가 부진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진단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가계들은 지난 몇 년간 빌려 쓴 빚이 많아 돈을 벌어도 빚 갚고 나면 쓸 돈이 모자라니까 소비할 여력이 없다고 한다.
일부 여유 있는 사람들은 돈을 쓸 수도 없게 만드는 분위기라 돈을 쓰지 못한다고 한다.
투자 주체인 기업들은 경제전망이며 여러 가지가 불확실하고 마땅히 투자할 곳도 없어 돈을 쌓아 두고 있다고 한다.
다른 한편에선 경제 외적 분야에서 돌발변수가 많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올해 경제성장이 부진했다고 진단하는 의견도 있다.
여러 가지 지표를 통해 경제동향에 대한 문제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적절한 정책처방을 찾아 시행하고 그 정책이 바라는 효과를 낼 때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필요한 처방을 제때 제대로 내놓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즉, 단기적 대증 요법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책은 장기적인 안목과 인내를 가지고 각 경제주체가 역량을 발휘하여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기반환경 즉 제도를 갖추고 규제를 합리화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일본의 한 정치인이 인천공항에 대해 한 말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제도나 규제를 다루는 사람들이 한번쯤 되새겨 볼 만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일본 도쿄에는 공항이 두 개 있는데, 우리나라 김포나 인천공항처럼 하나는 국내선 항공기들이 주로 오르내리는 하네다공항이고 다른 하나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으로 국제선 항공기들이 이용하는 나리타공항이다.
그런데 한류 바람도 있고 한국 관광객도 유치하여 지역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태고 또 한편으론 국제공항이 된다는 자부심도 곁들여져 일본의 지방공항들이 너도나도 한국행 항공편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되고 보니 굳이 하네다공항에 내려 나리타공항으로 이동하고 거기서 국제선을 이용할 필요없이 인천공항으로 가서 거기서 바로 바꿔 타면 이용객 입장에선 훨씬 편리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덕택에 지금 인천공항이 일본 지방공항들을 연결하는 허브가 되어 가고 있다는 얘기이다.
자유무역협정이며, 시장개방이며, 정보통신 발달 등으로 세상은 나라 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통합되는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개방화 경제에서는 국내적 시각에서의 사고나 행동, 그리고 규제나 제도에 대한 정책 결정은 오류를 범할 소지가 크다.
시장은 물 흘러가는 것처럼 막힌 곳은 에돌아 가는 습성이 있다.
이것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면 '혁신'이 되겠지만, 기회주의적 대응 방향으로 나가면 자원 배분이 왜곡되고, 경제의 성장기반이 저해되는 것이다.
미국식 모델이냐 유럽식 모델이냐 하지만, 국제적 기준과의 정합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왜 중소기업들은 자금난에 허덕이는데 한편에선 남아도는 현금을 안고 있는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있는지, 내수는 부진하다는데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좀처럼 줄지 않고 늘어만 가는지, 일손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한편엔 공부를 마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이라는 얘기는 무엇 때문인지 새해엔 숙제를 깨끗이 끝마치고 새로운 출발을 기대해 본다.
정해왕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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