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개발의 그늘-(2)재건축 이상열풍

단독주택 지대를 집단으로 헐고 주상복합아파트로 새로 짓는 재건축 '이상(異常) 열풍'이 대구 전역에서 불고 있다.

이로 인해 투기 붐, 재건축 실패에 따른 주민 피해, 도심 난개발 등 각종 부작용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대구 각 구청들에 따르면 단독주택 재건축이 추진 중인 지역은 중구 35곳, 수성구 30곳, 남구 23곳을 비롯해 서·동·북구 등 모두 102곳에 이르고 있다.

이는 고층 아파트 건축이 가능한 대구시내 3종 주거지역 336곳 중 30%에 해당하며, 실제는 120여 곳에 이를 것이라는 게 컨설팅 업계의 관측이다.

현재 재건축이 활발한 지역은 도로여건과 조망권을 갖춘 신천 주변은 강을 따라 북구 침산동부터 남구 봉덕·이천동, 수성구 파동까지, 지하철 2호선 인근인 수성1, 2, 3가동, 범어 3동이 대표적인 곳이다.

컨설팅회사들이 동네마다 구획을 그은 후 재건축조합을 결성하고 주민 동의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고, 주민들은 분양권을 받거나 비싼 가격에 땅을 팔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수성구 범어3동의 김모(61)씨는 "재건축 붐으로 인해 지난해 1억5천만 원 하던 50평짜리 집이 2억5천만 원까지 올랐다"면서 "벌써부터 보상비를 받아 투자할 곳을 물색하는 주민들도 상당수"라고 했다.

이 같은 이상열기는 대구시내에서 새 아파트 건축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컨설팅·건설사들이 단독 주택지로 몰??있고 지난해 7월 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라 주택 재건축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건축 추진지역 100여 곳 중 사업성이 있는 곳은 10여 곳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여서 재건축 열기는 거품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재건축이 사업완공까지 3~5년가량 걸리는 데다 조합설립, 추진위 구성, 시행사 선정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다 보면 사업성이 낮아져 포기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부 컨설팅사가 주민 동의만 받아놓고 '사업성이 없다'며 사라지는 사례도 상당수여서 주민들은 몇 년 간 전세·매매 등 재산권 행사를 못 하는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부동산중개업협회 관계자는 "'한 탕'을 노리는 컨설팅사가 동네 집값만 잔뜩 올려놓는 바람에 매매도 되지 않아 주민들만 낭패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도심의 '신(新) 난개발'을 초래할 우려도 낳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특히 수성구의 경우 정비구역에서 제외된 자투리지역은 평당 가격이 개발지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매매를 하기도 힘들어져 슬럼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구시 나효태 건축주택과장은 "낡은 동네는 그렇다 하더라도 몇 년도 안 된 멀쩡한 집까지 가리지 않고 마구 허무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현행 법규상 재건축 붐을 규제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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