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이쪽 나무와 저쪽 나무가

가지를 뻗어 손을 잡았어요

서로 그늘이 되지 않는 거리에서

잎과 꽃과 열매를 맺는 사이군요

서로 아름다운 거리여서

손톱 세워 할퀼 일도 없겠어요

손목 비틀어 가지를 부러뜨리거나

서로 가두는 감옥이나 무덤이 되는 일도

이쪽에서 바람 불면

저쪽 나무가 버텨주는 거리

저쪽 나무가 쓰러질 때

이쪽 나무가 받쳐주는 사이 말이어요

공광규 '아름다운 사이'

마더 데레사를 닮았다.

이쪽 나무와 저쪽 나무 사이 데레사 할머니가 보인다.

빈민가 골목길에 세워둔 조그만 게시판이 보인다.

굽은 등과 주름 잡힌 손으로 할머니는 "침묵의 열매는 기도, 기도의 열매는 믿음, 믿음의 열매는 사랑, 사랑의 열매는 베풂, 베풂의 열매는 평화"라고 당신 생각을 가만가만 적고 있다.

잎과 꽃과 열매를 맺는, 감옥이나 무덤이 되지 않는, 쓰러질 때 받쳐주는 이쪽 나무와 저쪽 나무 사이! 더없이 고요하고 마침내 평화롭다.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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