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에서 일출을 보며…

붉은 태양 바라보며 잡념 잊고…

또 한해가 저문다. 낡은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해를 맞는 시기는 단순한 시간 흐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저 높은 곳에 올라 맞는 해맞이. 정갈한 마음으로 맞이하면 땀 흘린 만큼 모든 기원이 이뤄질 것 같다. 또 산 정상에서 어둠을 사르며 찬란하게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바라보면 속세의 모든 잡념을 잊을 것 같다. 산 정상에서 해맞이를 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토함산

경주 토함산. 동해에서도 햇살이 가장 먼저 와 닿는 곳이다. 바다로부터 올라오는 구름과 안개를 뱉고(吐) 머금은(含) 토함산 해돋이는 '감동' 그 자체다. 불바다처럼 끓어오르다가 하늘을 향해 나는 빛의 화살, 멋진 능선으로 겹쳐진 산 너머 동해 위에 가볍게 떴던 구름은 삽시간에 금빛 테를 두른 성곽으로 변한다. 순식간에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토함산의 골짜기에 부어놓는다. 그 해살은 또 석굴암 본존불을 불광으로 감싸고, 그 반사된 빛이 천지만물로 퍼져 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토함산 일출은 장엄하고 화려하다.

토함산 해돋이는 또 석굴암 주변의 수려한 경관과 어우러져 색다른 비경을 자아낸다. 시시때때로 조화를 부리며 안개와 구름을 헤치고 솟아오르는 토함산의 아침 해는 차라리 신비롭기까지 하다.

해돋이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곳은 불국사에서 석굴암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끝나는 지점인 주차장 일대. 석굴암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본존불 앞 해맞이는 사람들이 많아 접근이 어렵다.

특히 새해 아침이면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북적거림 속에 맞는 해맞이도 나름대로 정취가 있다. 토함산은 자가용으로 손쉽게 오를 수 있으나 날이 그리 춥지 않다면 토함산 아래 불국사 담을 끼고 오르는 등산길로 산을 올라 해를 맞는 것도 또 다른 감흥을 줄 듯싶다.

▲지리산 천왕봉

천왕봉 일출은 지리산 10경 중 으뜸으로 치는 장관이다. 동녘 하늘에 희뿌연 서기가 잠시 어린 뒤 오렌지 빛으로 채색되다가 이어 진홍빛 태양이 눈부신 햇살을 부채처럼 펼치며 불쑥 속는 모습은 감동의 연속이다.

이 일출을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은 3대에 걸쳐 적선을 해야 한다는 속설도 있다. 그만큼 신년해돋이를 보기란 쉽지 않다.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맑은 날이라도 산 아래서 피어오르는 안개 때문에 해맞이가 그만큼 어렵다.

그러나 천왕봉 일출은 겨울 야간산행에다 적설등반까지 겸하는 등산의 진면목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반면 위험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나설 일은 못된다.

▲영양 일월산

내륙지방에서 일출을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곳이다. 영양군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도록 정상에 표지석과 제단 등 해맞이 할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다.

▲대구 근교

번잡함을 피해 대구 인근 산으로 해맞이 가는 것도 괜찮을 성싶다. 팔공산 동봉이나 갓바위, 그리고 앞산은 전국의 명산 일출에 비해 손색없는 해돋이를 볼 수 있다. 앞산 산성산 정상에서 동쪽 끝 팔조령 너머로 떠오르는 해돋이는 환상적이다. 갓바위에서 맞는 해돋이 역시 의미가 있다.

비슬산과 가창 최정산도 강렬한 일출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최정산 정상인 미사일기지 일대에서 펼쳐지는 해맞이는 승용차안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중요한 것은 유명한 곳을 찾는 것도 좋지만 동네 뒷산에라도 올라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며 새해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소복한 해맞이 행사가 될 듯하다.

최재수기자 bio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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