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진정한 부자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호화판 선물 공세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걸핏하면 아내 빅토리아에게 거액의 깜짝 선물을 하는 베컴은 이번에도 크리스마스 선물로 17만 파운드(약 3억4천700만 원)짜리 고급 승용차를 사주었다고 한다. 5살배기 아들에게도 2만2천파운드 짜리(4천400만 원) 미니 지프를 선물했다고. 베컴은 지난 해만도 20억 원짜리 요트 등 선물과 행사 비용 등으로 60억 원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영화 '타이타닉'의 주인공이었던 할리우드 톱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최근 영국 언론과의 회견에서 "어린이와 환경 보호를 위해 20년 내에 거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사치스럽고 낭비하는 삶은 나와 거리가 멀다"며 "더 많은 돈을 기부하기 위해 저축 중"이라고 했다. 앳된 꽃미남 같은 그가 이토록 깊은 속내를 갖고 있다는 것이 새삼 돋보인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 가량이 '부자'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적이다.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갤럽을 통해 수도권 지역 일반인 800명을 대상으로 한 관련조사에서 기업 및 기업인에 대한 비(非)호감도가 부자(67.4%), 기업 오너(62.2%), 대기업(42.6%), 중소기업(28.3%) 등으로 나타나 부자와 기업오너에 대한 반감이 심각함을 말해준다.

○...훌륭한 부자가 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돈의 위력을 맘껏 누리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막대한 부를 소유하면서도 돈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을 절제하는 것은 시쳇말로 '고도의 내공' 없이는 힘들다. 그런 점에서 요지부동의 세계 최고 갑부이자 세계 제 1위의 자선사업가인 미국의 빌 게이츠나 세계 16위의 억만장자이며 게이츠 다음으로 재산의 사회 환원에 열심인 금융인 워런 버핏 같은 사람들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부자이다.

○...스위스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삶의 철학산책'에서 "누구나 필요 이상의 부(富)를 물이 흘러넘치는 물동이에 부어지는 물 만큼이나 무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철강왕 카네기는 "세상에서 제일 바보는 부자로 죽는 것"이라 했는데, 넘치는 돈으로 평생 호의호식하고도 모자라 편법 상속에 골몰하는 우리네 일부 부자들은 그런 의미에서 바보 못난이들인 셈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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