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가 자신이 맡은 소년 사
건 피의자의 딱한 사정을 전해듣고 온정을 베풀어준 사연이 23일 알려져 세밑에 훈
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가리봉동에 사는 김모(16)군은 지난달 중순 학교 화장실에서 우발적으로 친구의
뺨을 때려 고막을 터뜨린 혐의(상해)로 입건됐다.
그런데 김군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의 최정숙(사시 33회) 검사는 김
군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우한 가정환경 등 딱한 처지에 놓인 김군의 사연을 전해
듣고 안타까워 해야 했다.
김군이 친구의 뺨을 때려 상처를 입힌 것은 엄중히 다스려야 할 문제이지만 그
런 일을 저지르게 된 경위가 너무나 측은했던 것.
김군 가족은 어머니가 가족들에게 큰 빚을 떠넘기고 가출한 후 아버지가 중국집
주방에서 보조원으로 일하며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는 형편이었다.
빚쟁이들의 독촉에 떼밀려 가리봉동으로 쫓기듯 이사를 온 이후 주소이전 신고
도 하지 못해 김군 가족의 주민등록 번호는 오래전에 말소됐다.
설상가상으로 김군은 지난 여름 횡단보도를 걷다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했고 병
원 치료비만 300만원이 넘게 들어 김군 가족의 형편은 더욱 나빠졌다.
2학기 학비조차 내기 어려운 지경이 된 김군은 학교측으로부터 수차례 자퇴를
권유하는 말을 듣게 됐고, 그런 말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나이의 김군에게는 마
음에 큰 상처가 됐다.
그러던 중 김군은 지난달 중순 화장실에서 우연히 만난 급우를 홧김에 때려 고
막을 터뜨리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결국 김군은 학교에서 자퇴했고 그대로 가다간 탈선의 길로 빠져들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 검사는 김군이 초범인 데다 폭행을 저지르게 된 경위 등을 감안해 김
군을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뒤 김군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물심양
면으로 도왔다.
최 검사는 우선 김군의 주민등록번호를 다시 살리고, 여기저기 알아본 끝에 서
울의 다른 지역 소재 고교에 재입학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한편, 월급을 쪼개 김
군의 교복과 학용품 구입비, 한 학기 등록금 등에 쓰라며 70만원을 선뜻 내주었다.
김군의 아버지는 검찰 조사실에서 "아들이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것으로 생각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이렇게 온정을 베풀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
했으며, 김군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검사님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눈시울을 붉혔
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최 검사는 직원들에게 이 일에 대해 일절 발설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그의 선
행은 직원들 사이에 입소문으로 조용히 퍼져나가면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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