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 엄마를 선물로 주면 안돼요?" 크리스마스 이브, 산타할아버지의 선물보따리보다 부모의 품을 간절하게 원하는 아이들. 24일 대구 남구 봉덕동 대구아동복지센터. 미처 엄마의 품을 알기도 전에 입양기관에 맡겨져 보육사를 '엄마'로 부르며 아장아장 걷고 있는 만 3세 이하의 아이들은 이날이 어떤 날인지도 모른 채 놀고 있었다. 한 살도 안 된 유아들은 침대 위에서 팔을 벌린 채 보육사 엄마가 자신을 안아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미정 보육사는 "여기 있는 모든 보육사들은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되는 아줌마들"이라며 "요즘 큰 일교차 때문에 감기로 고생하는 애들이 안쓰럽다"고 전했다.
오후 3시쯤 도병권 원장이 하얀 수염에 산타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인형, 퍼즐, 장난감 등 선물보따리를 짊어지고 나타나자 아이들은 생전 처음 보는 빨간 복장의 거인(?)을 보고는 무서워서 일제히 울음을 터뜨렸다. 쭈뼛거리며 벽에 기대선 아이들이 우물쭈물하며 선물을 받아들었지만 신기한 눈빛도 이내 시들고 곧 보육사의 품을 파고들었다.
송금선 사회복지사는 "엄마, 아빠와 같이 이 즐거운 날을 보내야 할 아이들이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네 살 이하의 버려진 아이들, 미혼모나 사실혼 관계에서 나온 아이들부터 부모가 있지만 양육할 수 없어 맡겨진 아이들이 모여 사는 이곳에는 입양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축구공을 받아든 민혁(3·가명)이도, 원숭이 인형을 등에 메고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예쁜 선아(3·가명·여)도 모두 입양을 기다리는 부모 없는 아이들이다.
도병권 원장은 "해마다 이맘때면 으레 기업체 등에서 선물을 갖고 찾아왔지만 올해는 유난히 사랑의 발길이 줄어 아이들이 더 부모를 찾는 것 같다"며 "이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은 진짜 엄마, 아빠가 나타나 행복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사진 : 성탄 전야인 24일 오후 대구아동복지센터 에서 산타할아버지로 분장한 원장이 원생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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