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급할수록 둘러가야 한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에 이어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까지 내놓았다. 내년도 경기 전망이 그만큼 불투명하다고 보고 경제에 '올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출 둔화가 예상되는 데다 내수마저 극심한 침체에 빠져 성장잠재력이 소진되는 상황이어서 불가피한 조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정책에는 부작용과 역기능이 따르게 마련이다. 미리 내다보고 이를 최소화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때 그 정책은 성공한다. '패자부활제' 등 벤처기업 활성화대책 역시 적잖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벤처가 무엇인가. 말 그대로 '모험 기업'이다. 그런데도 '국민의 정부'는 벤처를 중소기업 육성하듯이 지원했다. 이 때문에 벤처기업가들의 모험 정신은 실종됐고 코스닥을 이용해 '돈 놀음'을 벌인 사이비 벤처인들도 적잖았다. 이로 인해 당시 많은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정직한 실패'에 대한 구제책은 필요하다. 하지만 도덕적 해이를 부르는 정책은 안 된다. '벤처 거품'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철저한 사전 사후 감독과 함께 제도상 허점에 대한 대비책을 갖춘 뒤 벤처를 활성화해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이 부동산 경기 부양, 벤처기업 육성 등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할 정도로 화급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단기 부양책을 남발해선 곤란하다. 경제전문가들도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400조 원에 이르는 부동자금과 기업 보유현금 44조 원이 투자할 곳이 없어 떠돌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경제주체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기업과 가계가 자신감을 잃고 몸을 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정책 입안자들은 '급할수록 둘러가야 한다'는 말을 되새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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