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모든 분야처럼 한국의 금융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상대적으로 지방금융은 취약하다.
금융은 경제의 혈관인데, 지금 취약한 국내 지방금융은 지방 경제발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일본 이탈리아 독일 영?미국 등 선진국에선 어떻게 지방금융을 육성하는지, 또 지역발전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 교토= 일본의 고도(古都)이자 닌텐도, 와코루, 무라타제작소 등 국제적 대기업의 본사가 자리 잡고 있는 산업도시이다.
화학, 물리 등 이공계가 강한 교토대학이 있어 우수 인재가 많은 강점을 지니고 있는데 노벨상 수상자인 다나카 고이치가 교토의 시마즈제작소에 근무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
△ 교토은행의 여신 비결= 이 지역 지방은행인 교토은행은 자생력이 강하고 산학협동이 활성화한 특유의 지역적 바탕 위에서 꾸려지고 있다.
교토은행의 여신방식은 특이하다.
1950~80년 경제성장기에 유망 기업을 발굴해 주식을 많이 구입해 주었고, 이 기업들이 다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해 교토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상호 지원형태로 발전해왔다.
교토은행과 니혼텐산(일본전산)의 예가 그러했다.
세계 최고의 정밀측정기기 메이커인 호리바(堀場) 제작소도 창업자인 호리바 마사오(堀場雅夫)가 교토대 물리학부에 재학 중이던 45년 대학연구실에서 '호리바 무선연구소'를 창업한 후 53년 호리바제작소(주)로 법인을 전환하자 교토은행이 초기부터 주식을 매입하는 형태로 자금을 지원, 성공적으로 성장해왔다.
교토은행은 대출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여수신 규모를 45조 원으로 성장시켰다.
고객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릴레이션십 뱅킹도 중요시한다.
직원 수를 줄이는 구조조정에 신중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은행의 다카야쓰 히데카즈(高安 秀和) 종합기획부 부장대리는 "서비스 질이 높으려면 직원 수가 충분해야 한다.
공공금고의 50% 이상을 맡고 있는데 정년퇴직한 직원들과 재계약한 뒤 행정기관에 파견해 재정 관리를 맡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벤처기업이 강한 교토의 지역특성을 살려 관광, 의료, 기계·금속, IT, 나노·바이오 테크놀로지 등 10개 분야를 선정해 집중 지원하고 있다.
교토는 산·학 협력 전통에 따라 800여 개의 벤처기업이 활동 중이며 내년까지 벤처기업 수를 1천여 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요코하마= 일본 최대 항구도시로 무역도시이면서 공업도시이다.
제철·조선·자동차·기계·식품 등의 대단위 공장이 들어서 있고 수송용 기기·식품·전기기기·화학제품·석유제품 등을 주로 생산한다.
비단 스카프는 생산규모는 적으나 전통공업으로 유명하다.
도쿄에 인접, 신칸센을 비롯한 철도와 고속도로·국도가 통해 교통이 발달해 있고 요코하마 베이브리지, 아시아에서 제일 높은 랜드마크 타워(296m) 빌딩 등이 이 도시의 발전상을 나타내고 있다.
△요코하마은행의 부활= 교토은행과는 달리 항구도시 요코하마에 있는 요코하마은행은 1998년과 99년 두 차례 위기를 맞아 2천200억 엔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교토은행이 지방의 중소기업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안정적 성장을 해온 것과는 달리 요코하마은행은 도쿄와 멀지 않은 대도시에 있어서인지 대기업과 주로 거래해오다 거래 기업의 부실화로 같이 부실화하는 위기를 맞은 것이다.
요코하마은행은 이를 계기로 대기업과의 거래를 끊고 요코하마지역의 탄탄한 중소기업들을 발굴, 거래를 맺으면서 진정한 지방은행으로 거듭나게 됐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을 효율화, 건전성을 회복한 요코하마은행은 2004년 3월 결산기에 일본 최우량은행으로 재부상했고 8월 우선주를 포함한 공적자금 전액을 변제하게 됐다.
요코하마은행 아스시 모찌즈키(望月 淳) 경영기획부 광고IR실장은 "90년대 말 이후 변화의 과정에서 도쿄를 중심으로 한 역외업무 비중을 줄이고 지역 영업에 주력, 경영성과를 높일 수 있었다.
이 시기에 도시은행들이 합병에 열중하면서 지역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소홀해진 틈을 타 지역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요코하마은행은 영업 구역을 11블록 27권역으로 나누고 평균 5,6개 지점을 묶은 권역내 영업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27개 영업구역의 핵심이 되는 거점에 권역 영업부를 설치, 개인과 기업고객에 대한 영업력을 강화했다.
지역 중소기업과의 거래 강화에 특히 중점을 두었는데 정부계 기관인 일본정책투자은행과의 협조 융자로 지역 벤처금융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또 법인 신규담당 직원을 30명에서 60명으로 늘려 법인 신규대출 건수와 대출액이 1998년의 217건, 176억 엔에서 2003년 1천803건, 1천747억 엔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역 기업에 대한 지원을 중점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은행 실적도 개선되고 지역경제를 한층 발전시키는 토대를 제공하게 됐다.
또 축적된 기업 인수합병의 노하우를 활용, 기업간 합병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기업들의 효율성을 강화시켰고 이들 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윈-윈의 길로 나아갔다.
△일본 지방은행의 강점= 교토은행과 요코하마은행처럼 일본의 지방은행들은 각 지방을 거점으로 때로는 협조하며 독자적이면서도 비슷한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일본의 지방은행들은 도시은행의 대규모 IT투자를 따라가는데 드는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IT시스템을 공동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체 지방은행간 공동 IT시스템 구축은 힘들다고 평가하고 2~4개 지방은행 간 시스템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벤처금융 등을 통해 지역기업과의 공존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벤처캐피탈 자회사를 두거나 벤처금융 활성화, 지역 회생펀드 조성 등 지역 경제에 대한 자금 지원기능을 강화하고 지분 인수 등 혁신적 방식으로 산학협동과 금융과의 연계를 꾀하고 있다.
산업, 장학, 문화, 환경,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재단법인을 두거나 은행이 직접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담보 중심에서 기술력 중심으로 여신 심사와 대출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전국지방은행협회 하세가와 기요시(長谷川 淸) 조사부장은 "기술잠재력이 뛰어난 기업들을 발굴, 투자은행과 공동으로 중소기업지원펀드를 조성하거나 자체적으로 사모펀드팀을 두고 사모펀드를 조성,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며 "이 기업들에게 재무, 마케팅, 인사, 생산, IT 등 경영 컨설팅 서비스도 빼놓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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