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가 신랑신부에게 성혼선언문을 직접 읽도록 했는데 "나는 당신을 아내로…." 신랑이 울먹였다. 그런 새 신랑의 모습에 남편은 저 순간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오랜만에 옛날 일기장을 펼쳐보았다. 1993년 12월 24일, 다섯번째 결혼기념일에 쓴 일기.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건 내가 엄청 노력하기 때문이야."
"당신이 노력을 한다구? 그런 소리 하지 마요. 내가 얼마나 양보하고 참고 있는데."
"무슨 소리야. 내가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하면서 이 가정을 꾸려나가는지 당신 알기는 한 거야?"
우린 서로가 자신이 더 희생하고 양보하고 참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알았다. 내가 한 번씩 왜 이러고 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면 남편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는 것을. 내가 이렇게 치사하게(?) 자기 비위를 맞추며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 남편도 지금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는 것을. 아는 사람 중에 사십이 넘어 상처를 했는데 스물여섯된 아가씨와 결혼을 했다기에 부러우냐고 물었더니 씨익 웃기만 했다.
"지금 당신이 그 사람 부러운 만큼, 꼭 그 만큼 나도 그 사람이 부러워요. 이게 무슨 의미인 줄 알죠? 우린 서로 똑같아요. 당신이 부러우면 나도 꼭 그 만큼 부러워요. 당신이 친구들과 놀고 싶으면 나도 그렇고, 당신이 밖에서 술 한 잔 하고 싶을 때가 있는 것처럼 나도 그럴 때가 있다는 거. 당신이 그런 것만큼 꼭 그만큼. 당신보다 더하다는 말도 않겠지만 당신보다 덜할 거란 생각도 하지 마요. 당신이 하고 싶은 만큼만 나도 꼭 그 만큼이라고 생각해줘요."
그렇다. 내가 남편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 남편도 내가 가지고 있는 꼭 그만큼 내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내가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남편도 꼭 그만큼 나를 사랑하리라. 내가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은 만큼 그 남자도 똑같을 것이다.
일기장을 덮으며 생각했다. 남편은 반주 한 잔 하고 싶겠지. 지금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콩나물 듬뿍 넣은 대구찜을 앞에 두고 반주 한 잔 하고 싶은 마음.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대구 1마리, 콩나물 500g, 미더덕 150g, 미나리 40g, 대파 1뿌리, 참기름 2작은술, 소금과 후춧가루, 통깨 약간씩, 양념(고춧가루 3큰술, 국간장 1큰술, 물엿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생강 1작은술, 설탕 1/2큰술, 녹말물(녹말가루 2큰술, 물 2큰술), 콩나물 삶은 물 1 컵)
◇만들기=①대구는 가로 세로 5㎝ 정도 자른다. ②콩나물은 물 2컵과 소금 약간을 넣어 살짝 익힌다. ③미더덕은 흐르는 물에 씻는다. ④대파는 큼직하게 어슷 썰고, 미나리는 5㎝ 정도 길이로 썬다. ⑤김이 오른 찜통에 대구와 미더덕을 넣고 찐다. ⑥깊은 팬에 고춧가루, 간장, 물엿, 다진 마늘, 다진 생강, 설탕을 넣고 끓기 시작하면 ②의 콩나물 삶은 물을 넣고 끓인다. ⑦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한 뒤 대구와 미더덕을 넣고 양념을 끼얹는다. ⑧콩나물을 넣어 섞은 뒤 녹말물을 넣어 농도를 맞춘 뒤 미나리를 넣는다. ⑨참기름을 넣어 섞은 뒤 접시에 담고 통깨를 뿌려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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