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잘 기르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하나 같은 마음이다. 그러나 세상의 많은 일 중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 만큼 부모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도 없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과 애정, 관심이 그대로 전달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부모가 주는 사랑과 관심이 오湯?아이들에게는 부담이나 간섭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는 부모의 지나친 기대나 간섭보다는 진정한 이해와 사랑을 원한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고민거리는 부모가 자신의 진짜 심정을 몰라줄 뿐만 아니라 이해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속마음을 부모에게 터 놓기가 쉽지 않다. 부모 또한 아이들과는 대화가 안 되고 말이 통하질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부모는 미처 못 느낄지라도 아이를 인간적으로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즉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화남, 속상함, 슬픔, 억울함, 섭섭함, 간절함 등 심리적 경험세계를 부모들이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아이들의 행동에 대한 심리학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자기들이 원하고 바라는 욕구대로 해주는 부모가 아니다. 아이들은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항상 기쁜 일만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시련도 겪고, 좌절도 하고, 슬프거나 억울한 심정을 갖기도 한다.
더군다나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른보다 훨씬 더 많다. 초'중'고등학교에 가면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공부도 잘해야지, 친구들에게 인기도 얻어야지,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도 받아야지 등등 할 일이 너무 많다. 이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풀리지는 않는다. 그래서 마음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속상하거나 억울하기도 하고 화도 나고 때론 즐겁기도 하다.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삶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자신의 심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고 알아주는 부모, 즉 정서적 지지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한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와 말다툼을 하고 시무룩하게 집에 들어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이때 엄마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아이에게 말해보라고 하지만, 여전히 고개 숙이고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듣기를 원하는 엄마가 아이를 다그치다 보면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게 되고, 결국 아이를 꾸중하거나 벌을 주게 된다. 아이는 엄마에게 "엄마, 나 오늘 학교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어"라는 말보다는 고개를 숙이고 가방을 집어던지고 방으로 들어가는 몸짓이나 거동을 통해 자신의 심정을 엄마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런데도 엄마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아이를 다그치면 아이는 "엄마가 정말 내 심정을 모르는구나"라고 속상해 한다.
불안하고 힘들고 속상하고 억울하고 짜증날 때 아이들은 온몸을 던져 이런 심정을 전달하려고 노력하지만, 엄마는 그것이 그렇게 짜증나고 화나고 속상해 할 일이 아니라고 무시해 버린다. 이런 대화를 반복해서 경험한 아이는 더욱 자신의 심정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하다가 결국 엄마와의 대화를 단절하고 만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가 말을 해도 부모가 자신의 심정을 알아주지 못하는 경우이다. 화가 났다고 하면 화날 일이 아니라고 하고, 슬퍼하면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하면, 자녀를 무기력하고 의존적이며 수동적인 상태로 이끌거나, 아니면 반항적이고 거부적이며 부모로부터 이탈해 나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몸짓이나 거동 같은 '말이 아닌 말(비언어적 메시지)'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심정을 알아준다면, 아이는 부모를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부모는 자녀의 느낌과 경험을 그것들이 일어나는 순간에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모는 아이들의 현재 느낌과 경험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어야만 아이들이 자기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기 신뢰를 얻게 된다. 효과적인 대화는 자녀의 말에 대한 인정이나 부인 또는 그 원인에 대한 해석이나 설명 없이 다만 자녀의 느낌과 경험을 있는 그대로 부모가 이해해 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사춘기 이후 진짜 해결하기 어려운 삶의 고민이나 문제에 직면했을 때, 깊은 심정이나 속마음을 이해받고자 부모에게 속시원히 털어놓을 것이다. 왜냐하면 친구만큼 자신의 심정을 잘 이해해 주는 사람, 어쩌면 친구 이상으로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전종국(영남대 심리학과 겸임교수'카운피아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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