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부터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2003 컴덱스(Computer Dealers Exposition)' 전시장을 찾은 각국 IT멘들의 화두는 단연 '컴덱스의 몰락'이었다.
한때 전세계 IT멘들을 한자리에 끌어모았던, 올해 24회째를 맞는 세계최대의 컴퓨터 전시회가 "미래에도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전시회 참가 회사와 참관자수, 전시장 넓이 등 모든 면에서 내리 4년째 위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컴덱스는 '닷컴광기'가 절정에 달하던 지난 2000년에는 각국에서 2,337개 업체가 다투어 참가, 전시장 넓이가 120만 스퀘어피트에 이르렀으며, 각국에서 온 20만명의 IT전문가들이 넓은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IT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지난 2001년 가을부터 위축되기 시작, 이 해 가을에는 전시장 넓이가 8만5,706 스퀘어피트, 지난해에는 50만 스퀘어피트, 올해는 15만 스퀘어피트로 줄었다. 2000년에 이곳을 찾았던 참관인들은 전성기에 비해 1/8로 줄어든 전시장 규모에 우선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비례해 참가업체 수도 2001년 1,685개 업체, 2002년 1000개 업체, 2003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550개 업체로 줄어들었고, 참관자의 수도 2001년과 2002년에는 약 12만5,000명, 올해는 4~5만여명(추계)으로 감소, 급기야 야 "마이크로소프트만의 외로운 잔치"였다는 혹평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컴덱스 개최도시인 라스베가스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시회의 규모가 축소되면서 라스베가스시(市)에 떨어지는 경제적 이삭도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 라스베가스 컨벤션센터 추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컴덱스가 이 도시에 가져다준 카지노 수입을 제외한 순수 경제적 효과는 2억5천400만 달러(한화 3천억원 상당)였으나, 2001년 1억6천800만 달러, 2002년 1억7,000만 달러, 2003년에는 6,800만 달러로 급감했다.
이처럼 컴덱스의 위축을 불러온 요인으로는 주최사인 '키3미디어'사(社)의 파산, 미국내 양대 전자전시회의 하나로 컴덱스와 라이벌관계인 'CE쇼(Consumer Electronics Show)'의 괄목할 성장, 대만.홍콩.중국 등지에서 열리는 유사 전시회로의 고객이탈 등이 꼽힌다.
가전제품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컴퓨터산업을 급격히 흡수하고 있는 추세는 향후에도 컴덱스에 대한 'CE쇼'의 비교우위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또, 우리나라와 홍콩.대만.중국 등 후발 디지털 산업의 추격은 컴퓨터 산업의 탈(脫) 미국화를 가속해 컴덱스의 독점적 지위를 더욱 약화시킬 것이다.
미국 내에서조차 컴덱스의 미래에 어두운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쇼 개막 첫날인 지난 17일 라스베가스의 주력 언론인 '라스베가스 리뷰 저널'의 경제면 머릿기사는 '사업전시회 축소돼도 문닫지는 않을 듯'(Trade Show Down But Not Out)이었다. 이 신문은 컴덱스에 관한 여러가지 비관적 소식과 함께 규모축소에도 불구하고 "컴덱스는 앞으로도 그 명맥을 이어갈 것이며, 미국 최대 산업전시회로서의 위상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주최측의 희망을 전했다. 컴덱스 총지배인 에릭 포럿(Eric Faurot)은 이 신문 인터뷰에서 과거의 컴덱스는 컴퓨터외에 전자 및 가전산업 부문까지 참여한 '비대한 전시회'였으나 "올해는 철저하게 IT산업체에만 초점을 맞춘 '적정한 규모의 IT산업 이벤트'로 꾸몄다"고 애써 강조했다.
'트레이드쇼 위크(Trade Show Week)'지(誌)의 마이클 휴즈(Michael Houghes) 연구이사는 컴덱스의 역사와 강력한 브랜드 효과, 비록 축소되긴 했지만 아직도 10만 스퀘어피트를 넘는 전시장 규모 등을 들어 컴덱스의 미래를 낙관했다. "이 정도 규모의 전시회라면 충분히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한 때 '닷컴열풍'의 진원으로 세계인의 가슴에 라스베가스의 야경만큼이나 화려한 '컴퓨토피아의 꿈'을 안겨주던 컴덱스가 이제 독자생존의 가능성을 고민하게 된 것 자체가 디지털 산업의 판도변화를 실감케하고 있다. 라스베가스에서 여칠회기자 chilhoe@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