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비효과

'나비 효과'란 중국 베이징에서 나비의 날갯짓 같은 작은 변화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는 뉴욕을 강타하는 토네이도 같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어린 시절 경험이 성인시절 행동의 동기를 결정한다는 프로이드의 '정신결정론'이 나비 효과의 인과론에 비유될 수 있을까.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끔 이런 상념에 잠긴다. 미국의 계관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내려다보면서, 그때 갈림길에서 다른 선택을 하였더라면, 나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라고.

영화 '나비효과'는 이런 물음에 머물지 않고, 곧장 실행하는 대담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잠자던 과거들이 시간의 옷을 입고, 생기를 가지게 되었을 때는, 예상치 못한 혼란이 닥치고 만다.

아버지 얼굴조차 모르는 에반은 어머니와 단둘이 산다. 아버지의 부재와 강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에반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승리자가 되지만, 자기 노력으로 인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내성적이고 우울한 성격이었다. 에반은 이웃 또래인 켈리, 토미와 어울려 놀았다. 에반은 여자 친구 켈리를 좋아했다.

에반이 7세 때, 켈리의 아버지는 에반과 켈리에게 성행위를 시키고 그것을 촬영하곤 했다. 에반은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스런 성폭력의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억압한다. 종종 기억이 끊어지는 에반은 해리성 기억장애였다. 그는 기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기를 쓴다. 13세 때, 에반과 친구들이 폭약 장난을 하다가 이웃집 아기와 엄마가 죽는 참사가 발생한다. 에반은 이 사건에 대한 기억도 없다. 그의 어머니는 이 말썽 많은 동네를 떠나버린다.

심리학을 전공하는 에반은 7년 만에 옛 친구 켈리를 찾아가지만, 그녀는 다음 날 자살하고 만다. 켈리의 자살로 충격에 빠진 에반은 과거의 의문을 풀기 위하여 일기장을 펼쳐든 순간,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한다. 과거를 되돌리면, 불행한 현재가 바뀔 것이라고 믿었던 에반은 줄기차게 과거로 돌아가 상처투성이인 유년기를 고쳐보려고 애쓴다. 그러나 결과는 그가 살인자가 되기도 하고, 팔이 잘려버린 불구의 신세가 되기도 하며,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사랑하는 켈리는 대학생이 되었다가도, 매음굴의 창녀 신세가 되는 등 나비 효과로 현실은 점차 가혹해질 뿐이었다.

우울하거나 여건이 어려울수록, 그때 그렇게 했으면 지금은 훨씬 달라졌을 것이라고 후회하기 쉽다. 그러나 에반이 과거로 돌아가 경험을 바꾸어 보아도,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과거를 탐색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중 정신분석은 대화를 통해 의식의 지하실인 어두운 무의식속에 있는 과거의 정신적 손상의 파편들을 찾아내어 현재 처한 갈등의 해답을 얻는 방법이다. 가정법이나 타임머신 같은 공상으로 세월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갈등을 적절하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금 현실이 명백한 진리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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