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동용국씨 가족, 단칸방 홀몸노인 찾아

"할머니! 이제 팔 다리가 시원하세요?"

지난해 말인 12월29일 오후 7시30분쯤 대구 달성군 화원읍 천내2리 홀몸노인들이 모여 있는 낡은 주택가. 동용국(45·ㄷ대학교수)씨 가족은 이점이(70)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는 단칸방에 찾아가 이 할머니의 온몸에 한 명씩 달라붙었다.

아버지 동씨는 예전에 배운 발가락 기공술로 할머니의 혈액순환을 도왔으며 어머니 이은희(42)씨는 목과 어깨, 아들 길준(15·화원중 3년)군은 무릎과 허벅지, 작은 딸 유선(14·화원중 2년)양은 팔을 주물러 드렸다.

이 할머니는 "70년을 살았지만 한 가족에게 이렇듯 시원하게 안마를 받아보기는 처음"이라며 "늦은 시간에 외로운 노인을 찾아 기쁨을 안겨줬다"며 흐뭇해 했다.

동씨 가족이 이곳을 찾게 된 것은 사회복지사인 어머니 이씨가 돌보고 있던 아이를 통해 이 할머니가 몸이 불편한데도 혼자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다.

해가 진 뒤 갑작스레 찾아온 낯선 가족이었지만 이 할머니는 금세 경계심을 풀고 양말과 웃옷을 벗고 온몸을 동씨 가족에게 내맡겼다.

동씨가 발기공술을 하는 동안 할머니는 '아이고! 아파래이, 아야야…' 하며 신음을 하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학교수업을 마치고 온 아들 길준군은 "할머니가 처음에는 잘 걷지도 못하고 팔도 제대로 들지 못했는데 팔뚝을 귀에 붙이고 무릎을 직각으로 올리는 것을 보니 신기하다"며 "부모님과 함께 오니 즐겁고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딸 유선양은 "처음에는 부모와 함께 봉사하러 다니는 것이 싫고 귀찮았는데 이젠 익숙해졌으며 방학에는 오히려 봉사활동이 기다려진다"고 환하게 웃었다

철모르는 막둥이 세준(2)이도 할머니 옆에 누워 재롱을 떨며 웃음을 안겨줬다.

동씨 가족은 할머니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예전에 함께했던 봉사의 추억들을 풀어냈다.

특히 동씨가 '작년 8월에 제주도 최남단 마라도 인근 가파도라는 섬을 찾아가 먹고 자며 노인 100여 명에게 발기공술을 해드렸는데 며칠 동안 손에서 발냄새가 나 심한 고생을 했다'고 하자 할머니와 동씨 가족들은 동시에 웃음보를 터뜨렸다.

동씨네 가족에게 봉사는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다.

해마다 먼 곳까지 봉사를 하러 간다.

인근 불우아동들을 위해 집에서 밥을 해먹이고 공부할 수 있도록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

이 같은 공로로 동씨 가족은 연말 대구시종합자원봉사센터 주관의 '제3회 대구자원봉사 대축제'에서 개인에게 돌아가는 최고상인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중앙일보 주최의 전국 우수봉사단체 시상에서 은상과 함께 상금 100만 원을 받았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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