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의 2005년 빚어요"

칠성시장 만두가게 운영 한병규씨

"을유년에는 모두가 웃을 수 있기를…." 대구 칠성시장에서 직원 3명을 데리고 만두공장을 운영하는 한병규(43·대구시 북구 칠성동)씨. 한씨의 아침은 다시 바빠졌다.

새벽 3시, 한 겨울의 매서운 요즘은 따사롭게만 느껴진다.

한씨에게 지난 한해는 유난히 힘들었다.

"IMF를 두 번이나 맞았습니다.

" 지난 97년, IMF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남부럽지 않은 가정의 가장이었다.

그의 첫 번째 시련은 예고 없이 다가왔다.

충남 대천에서 건설업체 현장관리를 맡았던 그는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면서 직장을 잃고 말았다.

"참담했습니다.

" 그는 짧게 한마디로 그때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2년. 그는 건설현장 등에서 온갖 잡일을 하면서도 자신만 의지하고 있는 부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2명의 자식을 생각하며 꿋꿋하게 버텨왔다.

우연히 들렀던 대구 칠성시장에서 바삐 움직이는 시장 상인들의 모습은 그에게 제2의 인생을 열게 했다.

99년. 그는 가족을 남겨두고 홀로 대구에서 만두가게를 열었다.

"소신만 있으면 세상은 받아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 하지만 처음 6개월 동안 바닥을 쳤다.

초보 만두가게 사장에게서 만두를 사겠다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그는 삶아내던 만두를 쪄내기로 하고 만두소도 듬뿍 담아 양도 늘렸다.

"평생 먹을 만두를 다 먹었던 것 같습니다.

" 그의 노력을 소비자도 외면하지 않았다.

거래처가 확보되고 하루 1천500개정도 팔리던 만두도, 주문이 늘면서 4만5천개(20kg들이 밀가루 15포)로 급신장했다.

가족들도 대구로 모두 불러들였다.

그러나 세상은 그를 가만 내버려두질 않았다.

난데없이 만두파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 여파는 3개월간 지속됐다.

"그만둬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또 한번 소신을 믿기로 했죠."

만두를 사겠다는 소매상인, 소비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새벽 3시면 어김없이 가게문을 열었다.

'누군가 찾아 줄 것'이라는 기대로 아무도 찾지 않는 가게를 홀로 지켜야만 했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두 번이나 닥치는지.' 세상을 원망도 해봤다.

직원을 다독거리며, 지출을 줄였다

오직 만두파동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길 바랄뿐이었다.

지금은 예전의 80%선까지 회복했다.

"만두가 많이 팔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 그는 또 다시 희망을 빚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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