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난을 딛고 뛰는 예비대학생 3인

대학에 합격하고도 입학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새해의 벅찬 감격은 순간의 사치일 뿐이다.

가족의 생계를 짊어져야 하고 입학금도 마련해야 한다.

모두가 대학을 간다고 하지만 저소득층 자녀들에게는 문턱이 여전히 높다.

그러나 그들은 좌절하지 않는다.

수탉의 벼슬처럼 곧추세운 패기로 희망의 새해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6월 영남이공대학 자동차학과에 수시합격한 이수민(19·동구 신암동)군. 합격증을 받아든 뒤부터 밤잠을 설쳐가며 자동차정비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기름때가 잔뜩 낀 손으로 추위 속에도 연방 땀을 훔친다.

350만 원이 넘는 입학금을 마련하기에는 가정 형편이 어렵고, 19세여서 부업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수민이는 기초생활 수급대상으로 매달 30만 원을 지원받는다.

어머니는 파출부, 식당 주방일로 생계를 꾸렸지만 지금은 그마저 다 끊겨버렸다.

20세가 되는 내년이면 정부 지원금도 끊긴다.

"밥값까지 아껴가며 매달 10만 원씩 50만 원을 모았는데 입학금은 어림도 없네요." 하지만, 수민이는 희망을 믿는다.

오늘도 자동차에 기름칠을 하고 볼트와 너트를 죈다.

꿈이 달아나지 않도록.

박지수(19)군은 지난달 계명문화대 동물산업학과에 수시합격, 자신의 꿈인 동물 사육사에 한 발짝 다가섰다.

고혈압과 당뇨, 디스크, 관절염을 앓고 있는 할머니(67)를 돌보며 틈틈이 공부했다.

부모는 그가 어릴 때 어디론가 떠났다.

정부 보조금 23만 원이 매달 생활비의 전부.

할머니 동의서를 받아 피자집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지만 월수입이라고 해야 고작 10만 원. 지난달부터 PC방, 호프집, 만화방, 식당 등 아르바이트 전단지가 붙은 곳은 모두 뛰어다녔지만 받아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눈물을 흘릴 여유도 없다.

"대학공부가 제 분수에 맞지 않는 건가요? 하지만, 실망은 제 사전에 없습니다.

오늘도 뛰어 볼래요."

대구공고 자동차과에 재학 중인 박상욱(19)군은 어릴 적부터 꿈꿔온 자동차설계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금오공대 기계공학부에 입학원서를 냈다.

하지만, 입학금 350여만 원은 넘기 힘든 장벽이다.

정부 보조금 40만 원을 받아 월세 20만 원을 내고 나면 끼니 때우기도 어렵다.

상욱이는 신천제일기독복지관에서 대학생들의 무료과외를 들으며 이번 수능에서 중위권 성적을 냈다.

이것이 마지막 공부가 될까봐 두렵다.

"아버지 병 수발을 하면서 틈틈이 아르바이트 구하러 다녀요. 어떻게든 대학에 갈 겁니다.

" 심근경색에 걸려 곁에 누워있던 아버지(52)는 말 없이 눈물을 흘렸다.

자동차 엔진소리만 들어도 차종을 알 수 있다는 상욱이는 직접 설계한 자동차에 아버지를 태우고 온 세상을 돌아다니고 싶어한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사진: 왼쪽부터 차례로 이수민군, 박상욱군, 박지수군.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