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에 겨울꽃이 활짝 피었다. 하얀 서리꽃이 300~500년생 주목과 철쭉나무들을 온통 뒤덮고 있다. 대기 중의 수증기나 서리가 나뭇가지에 얼어붙어 생긴 상고대다. 지금 덕유산 정상 향적봉 주위는 상고대의 황홀경이 펼쳐지고 있다.
황홀경의 세계로 가는 입구는 설천봉에서 향적봉(1천614m)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다. 등산로 좌우엔 하얀 상고대 천지다. 흡사 산 위에서 보는 산호초 같다. 정상 부근 구간에서는 백색 산호초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이 터널로 들어서는 순간 이미 세상사 시름은 다 잊어버린다. 살을 에는 찬바람도 잊는다. 추위로 손과 발은 얼얼해도 마음만은 넉넉해진다. 하얀 겨울꽃은 강추위도 감내해낼 만한 매력으로 사람들을 빠져들게 한다.
향적봉 정상에 서면 온 사방이 상고대로 뒤덮여있다. 눈앞의 하얀 풍경 뒤쪽으로는 연이은 고봉들이 파도처럼 파노라마를 이루고 있다. 이 파노라마는 초겨울까지만 해도 향적봉의 주된 풍경이었다. 이젠 상고대의 배경으로 한 몫을 하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고대는 나뭇가지 위에 눈이 내려 쌓인 눈꽃(雪花)과는 느낌이 다르다. 눈꽃이 포근하고 부드러운 순백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면 상고대는 화려하다. 특히 떠오르는 햇살을 받은 상고대의 결정체는 오묘한 세계를 연출해낸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서리꽃은 겨울 덕유산 산행의 백미다. 사진작가들이 매년 이맘때 이곳을 찾는 이유도 순백의 아름다움이 토해내는 반짝임 때문이다.
그러나 황홀경도 잠시 뿐. 온통 하얗던 주변은 햇살 속에서 이내 녹아내린다. 그래서 환상적인 상고대도 부지런한 사람들에게만 그 모습을 보여준다. 새벽산행도 마다하지않을 만큼 부지런을 떨어야 볼 수 있다.
눈이 많은 1월이면 덕유산의 눈꽃도 장관을 이룬다. 그때쯤이면 설화나 상고대가 녹아 나뭇가지를 타고 흐르다가 밤새 얼어버린 빙화(氷花)도 볼 수 있다.
글'사진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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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덕유산 향적봉 정상부근 주목 가지에 얼어붙은 상고대. 멀리 온 산이 상고대 꽃을 활짝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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