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5 문화 이슈 전망-③이동멀티미디어방송

거실이나 사무실 한가운데 육중하게 놓여 있던 TV 수상기가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온다. '손 안의 TV'로 일컬어지는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이 2005년 초 선보이는 것이다.

DMB는 디지털오디오방송을 의미하는 DAB에서 비롯된 것으로 1980년대 후반 아날로그 라디오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유럽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3월 정보통신부가 지상파 디지털방송 추진협의회를 구성하면서 도입 논의가 비로소 이뤄졌다.

DMB는 이동 수신이 가능할 뿐 아니라 비디오·오디오·데이터방송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와 쌍방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방송과 통신의 융합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송출 수단에 따라 위성DMB와 지상파DMB로 나뉘는데 위성DMB가 한 발짝 앞서가고 있다.

◆위성DMB = 방송위는 2003년 2월 위성DMB 도입방안을 발표했으나 방송법 개정과 시행령 마련 등 보완작업은 각각 이듬해 3월과 9월에 이르러서야 이뤄졌다. 지난 3월 위성DMB용 위성 '한별'을 발사하는 등 준비작업에 나선 SK 계열의 TU미디어는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여기에 TU미디어의 입술을 더욱 바짝 타게 만든 것은 지상파TV 재송신 계획이 벽에 부딪힌 것. 지역방송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지역방송에 타격을 줄 우려가 높고 보편적인 서비스를 특정 사기업의 영리 목적에 이용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특혜"라면서 반대에 나선 것이다.

TU미디어는 "주시청시간대와 선호 장르 등이 달라 위성DMB가 지상파TV와 경쟁관계보다는 보완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동통신 부가서비스나 인터넷은 이미 지상파TV를 재송신하고 있으므로 위성DMB에만 불허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결국 방송위는 지난 10월 5일 지상파TV의 재송신을 당분간 불허하되 지상파DMB 허가 추천 때 다시 검토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후 TU미디어는 11월 10일 위성DMB 사업자 허가 추천을 단독으로 신청했고 방송위의 심사를 거쳐 12월 14일 사업자로 선정된 뒤 21일 허가 추천을 받았다.

TU미디어는 내년 1월 정통부의 허가를 받는 대로 시험방송을 시작한 뒤 지상파 재송신 허용 등과 연계해 5월쯤 본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운용 채널 수는 비디오 14개, 오디오 24개 등 38개에 이르며 가입비는 2만 원, 월 수신료는 1만3천 원으로 정해놓았다.

TU미디어는 앞으로 5년에 걸쳐 7천52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소외계층에 대한 무료 단말기 보급 및 요금 감면 등에 84억 원, 콘텐츠 개발에 2천562억 원, 프로그램 제작 및 조달을 위한 수신료 분배금 4천420억 원, 시청자 미디어센터 설립지원 등 방송영상산업 지원 70억 원 등이다.

기술적 준비도 거의 마무리돼 삼성전자는 내년 1월 초부터 SK텔레콤 대리점을 통해 위성DMB폰을 시판한다. TU미디어는 시험 서비스 기간에는 단말기 구입 고객을 대상으로 가입비 없이 방송을 보여줄 계획이다. 화면은 2.2인치로 일반 휴대전화보다는 조금 크다.

SK텔레텍은 게임 기능을 갖춘 위성DMB폰을 개발해 빠르면 3월 시판에 나서고, 차량용 단말기는 5월쯤 상용화 시점에 맞춰 내놓을 예정이다. 이때 LG전자도 가세할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에는 팬택앤큐리텔과 모토로라코리아도 제품을 출시한다.

◆지상파DMB = 지상파DMB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충청·전라·강원·경상·제주 등 권역별로 도입된다. 우선 수도권에는 1월 중순 사업자 신청 공고를 내 3월 초에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수도권 VHF 채널 12번과 8번 채널을 이용해 6개의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인데 방송위가 상정한 모델에 따르면 사업자당 비디오 채널 두 개와 오디오 채널(또는 데이터방송 채널) 한 개를 운영하거나 비디오 채널 한 개와 오디오 채널 네 개 등을 운영할 수 있다.

방송위는 지상파TV 사업자군과 비지상파TV 사업자군으로 구분해 비교심사한 뒤 각각 3개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했으며 채널 구성 방안 등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수도권의 지상파TV를 어느 정도 재전송하도록 할 것인가가 관건. 방송위·정통부·KBS·언론노조는 지난 7월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 논란을 종식하면서 "보편적인 지상파TV 서비스를 이동중에도 수신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합의했으나 이를 동시 재송신으로 해석해야 할지, 아니면 사업자에게 최대한 융통성을 발휘하도록 할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위성DMB의 지상파 재전송 여부에 따라 사업전망이 크게 달라지지만 지상파DMB는 지상파를 재전송할 수 있고 수신료가 무료라는 점, 서비스 제공지역이 넓고 순수 국내 기술이어서 로열티 부담이 적다는 점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단일 사업자가 아니어서 집중적인 홍보와 가입자 관리가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수신료가 무료라는 점이 가입자 확보에는 유리하지만 반대로 광고료만으로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로도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지상파TV 사업자군에서는 iTV가 방송위의 재허가 추천 거부로 사실상 탈락한 가운데 KBS, MBC, SBS, EBS가 세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MBC 컨소시엄에는 매일경제TV, 아리랑TV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3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비지상파TV 사업자군에서는 디지털스카이넷을 중심으로 중앙방송 등이 가세한 DMB코리아, 케이디씨·나우콤·시네마서비스 등이 참여한 DMB플러스,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 회원사들과 CBS가 손을 잡은 한국DMB, YTN과 단말기 생산업체 기륭전자 등이 참여한 YTN DMB 등이 도전장을 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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