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산시 남산면 김지훈씨 집

채소도 가꾸고…전형적인 농촌 풍경

누구나 꿈꾸는 전원에서의 생활. 하지만 꼭 돈이 많아야 전원생활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김지훈(35)씨는 시내의 아파트 전셋값 정도를 투자, 멋진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전원에 대한 관심과 동경이 크면 큰 만큼 두려움 또한 큰 것이 일반적인 현상. 주인 역시 처음에는 전원주택으로 이사 가는 것에 많이 망설였다고 한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서 보여주는 경비나 공동관리에서 길들어진 편안함이 전원에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인은 이런 두려움을 극복하고 전원의 삶을 만끽하면서 살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다 지난해 솔숲향기가 한없이 반가운 경산시 남산면에 위치한 전원주택에 자리잡았다. 대구와 인접, 출퇴근이 가능한 것도 선택을 재촉한 원인이다.

단지내 전원주택은 옆, 뒷집이 늘 거주하고 있어서 인기척이 있어 덜 불안하고 주택내부의 문제가 있으면 경비팀에서 수리해주고 정원 손질 역시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주인은 37세대의 단지내에서도 남쪽에 터를 잡아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불편함들을 줄였다. 뒤쪽은(북쪽) 주택단지들이지만 앞쪽은 산과 논을 마주하고 있어 전형적인 농촌의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특히 거실창을 통해 보는 삼성산 자락의 햇살과 자연은 단지내 다른 사람들이 누릴 수 없는 전원의 참맛이다.

또 입주자들을 위한 별도의 농장이 마련돼 있어 텃밭에서 채소 등을 키우며 이웃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는 재미도 솔솔하다.

다만 공동주택이 아니다보니 공동주택이면 지켰을 규범들이 단독주택에 살면서 무너져 때로는 일탈행동을 하는 입주자도 있다고 한다. 개나 고양이를 풀어놓는다거나 심지어 남의 집을 필요 없이 넘나드는 경우도 있다. 또 가족구성원들이 모두 각자의 교통수단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옥에 티'.

아파트 평면의 식상함 때문인지 1층, 2층을 구분하여 취미.오락공간을 만들었다. 거실과 주방, 식당이 분리된 유럽식이다. 식당은 베란다와 바로 연결, 동선이 끊어지지 않고 외부로 연결된다.

거실의 천장을 2층까지 높여 파티장에 온 느낌이다. 1층 거실에는 서재와 3마리 강아지가 있다. 한 마리는 교통사고로 한다리를 잃고 3발로 살지만 주인내외의 지극한 사랑 때문인지 얼굴이 밝아 보였다.

1층 거실은 전원에서 느낄 수 있는 넓고 풍요로운 공간이다. 발아래까지 난 창으로 농촌의 풍경들이 따뜻하게 들어온다. 1층의 나머지는 침실을 크게 확보하고 2층의 방 2개는 작업실과 취미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내외만이 사는 집에 전문직업에 종사하다보니 각자 작업하는 공간하나씩을 나누어 가졌다.

"처음에는 아내보다 제가 겁이 많아서 단지형 전원주택을 선호했는데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좀 젊은 나이에 전원에 나왔지만 각자 하는 일이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다음에는 더욱 자연스러운 곳에 살아볼 생각입니다."

전원에 아무리 아름다운 집을 지어 놓았다고 해도 본인이 그 삶에 대한 적응을 못하면 아름다운 삶이 되지 못한다. 전원에 삶이 두려우면 처음에는 대단지 전원주택으로 들어가 적응기를 거치는 방법도 좋을 듯하다.

⊙정용의 500자평

전원에 사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전원주택에 사는 방법도 다양하다. 농가주택을 개조해서 살수도 있고 전원주택지를 구입해서 집을 짓는 방법도 있고 건축업자들이 지어 놓은 곳에 들어가 사는 방법도 있다.

대구에는 주택업자들이 전원주택을 대단위로 지어서 분양한 곳이 있는데 청도 화양읍의 문화마을, 경산 와촌의 유창전원마을, 동구 신용동 서촌초등학교 앞의 화성전원마을, 경산 남산의 프라임벨리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전원주택 보급을 추진하면서 전원주택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이 있었으나 끝을 보지 못한 경우다. 전원주택의 집단화된 것의 보급은 어려움들이 있는데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대단지 아파트 경우는 일의 집중도도 높고 아파트 경우는 벽하나, 천정 하나를 이웃벽이나 바닥으로 사용하여 경비나 잔손질이 덜 가지만 전원주택은 단독 건물인 관계로 외부의 벽면에 대한 건축 등 세심한 신경이 쓰인다.

조성에 대한 어려움은 물론이다. 우리지역에서는 한때 지역연고를 갖고 전국적인 대형아파트 회사가 있었다. 이런 경험들을 살려 전원주택을 공급하는 주택회사가 많이 나와서 도시민들에게 건강한 생활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관계당국은 전원주택지 및 전원주택에 대한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관점에서 개발 조성하는 방향으로 행정조종을 해야 할 것이다. 한계농지 같은 것은 대체농지조성비 등을 면제하면서라도 전원주택지로 개발할 수 있게 해 웰빙시대의 건강주택 건립 보급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진=박순국 편집위원 toky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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