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편지-휴대전화에서 희망 찾기

연말연시를 좀 조용히 보낼까 싶어 휴대전화 꺼버렸다. 그러다 새해 둘째 날이 돼 전원을 켰더니 수도 없이 '딩동딩동' 문자메시지 도착음을 냈다. 광고 메시지인가 했는데 20여 통이 모두 새해 인사를 담고 있었다.

예년 같지 않다는 생각에 차근차근 읽는데 기분이 묘했다. 작년만 해도 학과 소나무가 그려진 배경에 '謹賀新年'이라고 적힌 점잖은 연하장을 보낸 분들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섭섭함이 스쳤다. '아무리 디지털 세상이라고 해도 환갑 어림의 교장, 교감, 교사들까지 별로 정성도 없어 보이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새해 인사를 하다니….'

그런데 띄어쓰기도, 문장 부호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메시지들을 한 줄 한 줄 읽다 보니 참으로 신선한 느낌이 가슴을 울렸다. 그것은 '무딘 손으로 조그마한 휴대전화기 자판을 하나하나 누르느라 얼마나 진땀을 흘렸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아니라 '올해는 우리 교육에 좀 더 희망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학습자 중심'이란 용어를 수도 없이 써왔다. 교실 붕괴로 대변되는 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학생들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틈날 때마다 떠들어왔다.

그러나 학교는 여전히 권위적이었고, 교사들은 가이드가 아니라 감독 역할만을 고집했다. 학년이 오를수록 수업은 일방적이 되고, 공부는 정답 찾기에 집중됐다. 국가에서 주관하는 가장 중요한 시험의 정답이 통째로 휴대전화란 작은 도구를 통해 순식간에 전송될 수 있는 게 우리 교육의 현실인 것이다.

이런 마당에 은퇴를 바라보는 교육자들이 휴대전화 사용법을 배우고, 직접 자판을 눌러, 자신의 생활에 이용하는 걸 보고 '희망'이라고 한다면 생떼일까. 고교생들은 제 손가락보다 더 능수능란하게 이용하는 휴대전화인데, 문자메시지 한 통 보냈다고 '희망'을 생각한다면 억지일까.

"학생들을 제대로 이끌려면 먼저 이해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많은 것을 시도 때도 없이 배워야 합니다. 이메일, 채팅, 문자메시지, 게임 같은 건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야 우선 대화가 되죠. 무조건 눈높이를 학생들에게 맞추자는 게 아니라 세상과 학생들의 변화를 조금이라도 더 따라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2, 3년 전부터 문자메시지를 통해 용건도 전하고, 안부를 묻기도 하던 한 고교 교장의 얘기다. 그 학교가 지난해 학교 경영, 교과 교육, 방과 후 활동 등 여러 분야에서 우수 학교로 선정되고 오랫동안 진로'진학 지도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낸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단초는 학교장의 혁신적 사고에서 충분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의 질은 결코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금언처럼 우리 교육의 희망은 먼저 교사들로부터 찾아야 한다. 사회의 흐름을 읽고, 학생들의 변화를 이해하고, 스스로 먼저 배움에 나서는 교사들이 올해는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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