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다음의 제시문들은 인간과 교육에 관한 다양한 관점과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글 (가)는 인간에게 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개략적으로 설명하고 있고 글 (나), (다), (라)는 교육이 구체적으로 지향해야 할 내용들을 제시하고 있다. 제시문 (가)의 관점이 현대 학교 교육에서 구체적으로 이행되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에 바탕하여 제시문 (나), (다), (라)의 내용이 현대 사회의 특징에 비추어 볼 때, 바람직한 인간 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관해 논술하시오.
(띄어쓰기 포함 1,600자 ±100자)
(가) 교육이란 사람이 사람을 가르쳐 키우는 일이고, 사람이 사람에게 배우면서 자라가는 일이다. 교육이라는 일은 지구상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있어 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을 배워야만 생존이 가능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이 그 종족만의 삶의 방식과 전문적 능력을 타고나는데, 오직 사람만은 아무런 전문적인 삶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태어난다. 그러므로 동물들은 자기의 타고난 능력을 활용하는 훈련을 받는 것으로 족하지만, 사람은 살아가는 방법과 기술을 배워서 다시 훈련을 받아야만 그 훈련된 능력으로 또다시 새로운 삶을 구축해 갈 수 있다. 그러니까 동물에게는 훈련만이 필요하지만, 사람에게는 훈련과 함께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훈련은 본능적 능력이나 생물학적 기능의 반복적 연습이 중심이지만, 교육은 그러한 기능을 구사하는 주체자, 즉 사람의 자율성의 영역을 확대하는 일이 중심이다. 그러므로 훈련이 피동적'본능적이라면, 교육은 거기에다 자율적'정신적 영역이 더 붙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망아지는 태어나자마자 뛸 줄 알고, 뛰는 훈련을 반복하면서 점차 잘 뛰는 좋은 말이 되지만,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어떤 한 가지의 능력을 전문적으로 훈련받고 자란다고 해도 그 능력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에게는 말이나 개처럼 통일된 공통적 기준이 없는 셈이다. 어떤 사람으로 되느냐는 것은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따라 결정될 뿐 미리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선택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우리는 태어난 직후부터 배우면서 자라고, 바로 이'배우면서 자라는 일'을 교육이라고 부르니, 결국 교육이라는 일은 사람의 삶 그 자체와 함께 행해지는 것인 셈이다. 교육이라는 말이 있기 이전부터 이미 교육은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김인희,'새 시대를 위한 교육의 이해'에서
(나) 교육에 임하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먼저 뜻을 세워야 한다.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스스로 마음속에 기약하고, 조금이라도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거나 그것을 핑계로 자신의 인생을 보잘것없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보통 사람과 훌륭한 사람의 본성은 같다. 기질적으로 맑고 흐리거나 순수하고 잡됨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진리를 알고 실천하여 옛날부터 물든 나쁜 습관을 버리고 그 본성을 회복하면 착한 마음이 갖추어진다. 이런 점에서 보통 사람들이라도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스스로 기약할 수 있으리라.
일상에서 늘 나의 삶을 성찰하고 분발하여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사람의 성품은 본래 착하여, 예나 지금이나 지혜롭고 어리석은 차이가 없다. 그런데 어찌하여 공자와 같은 훌륭한 사람만이 훌륭한 사람이 되고, 나 같은 보통 사람은 왜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하는가? 이유를 곰곰이 따져 보니, 첫째, 뜻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고, 둘째, 아는 것이 분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셋째, 실천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뜻을 세우고 아는 것을 분명하게 하고, 제대로 실천하는 일은 모두 나에게 달려 있다. 어찌 다른 사람에게서 구하겠는가? 안연은'순임금은 누구이고 나는 누구란 말이야? 모든 일을 애써 행하면, 누구든지 그렇게 될 수가 있다.'라고 말했다. 나도 또한 안연이 순임금처럼 되기를 바라던 것을 본받아 행하리라."
뜻을 세움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공부를 하되 제대로 되지 않을까 걱정하여 생각마다 퇴보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뜻이 정성스럽지 못하고 착실하지 못하여 우물쭈물 세월만 보낸다면 인생을 다 살고 죽은들 무슨 성취가 있겠는가?
- 이이,'격몽요결'에서
(다) 도덕에 관한 좁은 도덕주의적 견해(즉, 도덕의 의미를 좁게 단순히 '착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견해)는 교육에서 바람직한 모든 목적과 가치 그 자체가 도덕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 도야, 천성의 계발, 교양, 사회적 효율성, 이 모든 것들이 도덕적 특성이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교육이 지향하고자 하는 사회의 성원으로서 손색이 없는 사람이 나타내는 특성들이다. 서양 사람들의 속담에,"사람은 그냥 훌륭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무엇인가에 훌륭해야 한다(It is not enough for a man to be good ; he must be good for something)"는 말이 있다. 사람이 무엇인가에 훌륭해야 한다고 할 때의 그 무엇이라는 것은, 곧 사회의 한 성원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동안에 그가 받는 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기여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중략)
학교의 도덕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식과 행위의 관련 문제이다. 정규의 교과 교육에서 학습되는 내용이 인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교육의 통합적, 총괄적 목적이 도덕에 있다고 말하는 것은 부질없게 된다. 지식의 내용과 방법, 그리고 도덕적 성장 사이에 하등의 밀접한 유기적 관련이 없다면, 도덕 교육을 위한 특별한 수업과 훈련 방법이 동원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지식은 지식대로, 행동의 원천이나 삶에 대한 태도에 통합되지 못하고, 도덕은 도덕대로, 도덕적 지시로 구성된 별도의 덕목들의 체계를 나타내게 된다.
학습과 도덕을 분리시키는 두 가지 이론은, 첫째로 내적 성향'동기(의식적, 개인적 측면)와 순전히 신체적인 외적 행위를 분리시키는 이론과, 둘째로 이해에 입각한 행동과 원리에 입각한 행동을 대립시키는 이론이다. 이 두 가지의 분리를 극복하는 길은, 학습이 사회적 목적을 가진 계속적인 활동 또는 작업의 부산물이 되도록, 그리고 학습의 전형적인 사회적 사태에서 나온 자료를 활용하도록 교육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학교 그 자체가 사회 생활의 한 형태요 지역 사회의 축소판으로서, 학교 바깥에서 일어나는 공동 생활의 경험과 긴밀한 상호 작용을 한다.
- 존 듀이, '민주주의와 교육'에서
(라) 좋은 선생은 유대감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다. 그들은 그들 자신, 학과, 학생들을 촘촘한 거미줄처럼 엮어서 학생들에게 그들 스스로 하나의 세계를 엮어내는 방법을 가르친다. 이런 엮음의 방법은 선생마다 다르다. 강의, 소크라테스식 산파술, 실험실의 실험, 협력적인 문제 해결 방식, 창조적인 혼란 등이 적절하게 구사된다. 좋은 선생이 만들어 내는 유대감은 그 방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마음은 고대적인 의미의 마음, 즉 지성과 감성과 영혼이 모두 모여서 인간의 자아를 만들어 내는 장소를 말한다.
좋은 선생이 학생과 학과를 연결시키는 그물망을 짤 때, 그의 마음은 하나의 베틀이 된다. 그 위에서 온갖 실이 엮이고 긴장이 팽팽하게 조성되고 북이 좌우로 움직이며 짜여진 옷감이 튼튼하게 당겨진다. 이렇게 하면 가르침은 감동을 주고 마음을 열게 하며 심지어 마음을 깨뜨리기까지 한다. 교사가 가르침을 사랑하면 할수록 그것은 가슴 아픔 작업이 된다. 가르침의 용기는 마음이 수용 한도보다 더 수용하도록 요구당하는 그 순간에도 마음을 열어 놓는 용기이다. 그리하여 선생, 학생, 학과는 배움과 삶이 요구하는 공동체의 옷감으로 짜여지는 것이다.
가르침이 테크닉의 수준으로 떨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좋은 뉴스이면서 동시에 나쁜 뉴스도 된다. 좋은 뉴스는 우리가 가르침을'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할 때 느끼는 권태감에서 해방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동료들과 가르침에 대하여 깊은 수준에서 대화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조언, 요령, 기술' 밖에 토론할 것이 없는데, 어떻게 깊은 수준의 얘기가 오고 가겠는가? 이런 종류의 얘기들은 교사가 겪는 경험의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다.
- 파커 파머, '가르칠 수 있는 용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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