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부선 개통 100년-어제와 오늘

경부선 100년. 그동안 너무나 변했다.

평균 시속 20km, 최고 시속 60km의 속도로 경부선을 달렸던 첫 기관차가 평균 시속 300km, 최고 시속 350km의 고속철로 거듭났다.

경부선 개통(1905년 1월 1일) 당시 30시간이 걸렸던 서울∼부산이 고속철도 개통 후 2시간 40분으로 단축됐다.

지난해 4월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경부선의 새로운 100년 시대가 시작된 것.

경부선은 지난 100년 간 한민족과 애환을 함께했다.

일제강점기엔 손수 건설한 경부선을 타고 징용에 끌려가야 했고, 한국전쟁 당시엔 경부선을 따라 피란길에 올랐다.

또 전쟁 이후 경제 도약 시기엔 경제일꾼들의 든든한 선봉장이 됐고 지금은 전국을 반나절로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있다.

열차의 이름은 당시 시대·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해방 직후인 1946년 경부선 특급열차 '조선해방자호', 한국전쟁 이후 1955년 경부선 특급열차에 '통일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62년의 특급열차는 '재건호', 80년엔 '새마을호' 운행이 시작했다.

대구지역을 가로지르는 경부선 주변도 '100년' 동안 변신을 거듭했다.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던 철로변 주변에 주택, 건물 등이 들어서면서 빌딩 숲을 이뤘다.

경부선 철길이 지나는 지역은 4개 구(區), 17개 동(洞)으로 경부선 철길 인근에 수십만 명이 사는 터전으로 변했다.

고풍스런 역사도 사라지고 웅대한 신역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사람 냄새나던 열차 속 낭만도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덜커덩거리던 요란한 소리와 좌우로 요동치던 기차 안에서 기타 치고 노래 부르며 왁자지껄 게임을 즐겼던 모습을 이제 찾아보기가 힘들다.

짐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객차를 오가는 할머니, 아주머니들의 모습, 짐보따리를 바닥에 놓고 그 옆에 앉아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던 정겨웠던 모습. 그러나 지금의 열차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간간이 들리는 휴대전화 벨소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속도가 빨라져 창밖을 내다보며 상념에 잠기는 재미도 없어졌다.

경부선은 일본의 대륙 침략 목적으로 태어나기는 했으나 우리나라 교통의 대동맥을 잇고 멀리 만주, 베이징까지 이어져 국제화로 이끈 20세기 혁신의 한 상징이었다.

이제 21세기의 변화와 발전은 고속철도의 몫으로 남았다.

경부선은 기대와 추억을 싣고 오늘도 달린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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