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시내버스 '대변신' 가능할까

"기사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면 고개만 끄덕입니다. 이건 그래도 나은 편이지요. 아예 들은 척도 하지 않는 기사들도 있으니까요."

"급출발하고 급정지하는 버스가 얼마나 많은 줄 아십니까. 젊은 사람들도 불안한데 어르신들을 볼 때면 항상 넘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시내버스의 변신. 버스 이용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다 그냥 지나치기라도 하면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다. 가차로와 1차로를 왔다갔다하는 곡예운전 때문에 사고 위험을 느꼈던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연 대변신이 가능할까.

올해에는 버스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까? 대구시가 오는 10월 시행을 목표로 버스준공영제 등 대중교통시스템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버스로의 변신이 가능해졌다.

배차준수 여부 및 버스 위치, 운행시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시내버스 운행관리시스템(BMS)이 구축돼 버스운행 상황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해진 시간에 출·도착하는 정시성이 확보되고, 정보 전송기능까지 구축돼 이용객들도 버스 승강장에서 버스도착 예상시각 등의 정보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종합사령실에서 돌발상황은 물론 버스의 과속이나 결행, 난폭운전 등 불·탈법 운행의 통제도 가능해진다.

노선 직선화 등 버스 노선이 개편돼 회차 및 배차시간이 단축되고, 무료 환승 및 환승 할인제도로 정해진 시간 동안 버스-버스 간, 버스-지하철 간 무료환승도 이루어져 보다 쉽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정시성 확보 등 성공적인 준공영제 시행을 위해선 불법 주정차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해야 한다. 대구시는 비전임 계약직 등 단속 인력을 최대한 확보, 불법 주·정차 차량 및 택시 대기 차량, 상가 차량 등에 대해 강도 높은 단속에 나서는 한편 교통서포터스 등도 구성, 체계적으로 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또 절대 주·정차금지 구역 등을 확대하고 전용차로도 확충해 버스 이용을 최대한 유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버스 이용객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1일 평균 이용객 70만명에서 10% 정도 신규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 실제 서울시의 경우 준공영제 시행 이후 10% 정도 승객이 늘었고, 인천도 무료환승제 시행 이후 승객이 19.3%, 이 중 순수 승객(수익금)도 8.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기대 뒤의 우려

기대만큼 우려도 적잖다. 가장 큰 문제는 대구시의 재정 부담이다. 현재 버스업계에 지원되는 보조금 규모는 연간 200억 원에 육박한다. 그런데 준공영제 시행 후 무료환승제에 따른 손실 부담, 업계 적자분까지 더해지면 지금보다 2~3배 정도 예산이 더 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인천의 경우 무료환승제 시행 후 150억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했고, 서울시도 준공영제 시행 전에 비해 재정부담이 2~3배 정도 늘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 때문에 현재 연간 300억 원의 지하철 1호선 운영 적자에다 2호선 개통에 따라 700억 원 가까운 운영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버스에 수백억 원을 지원하게 되면 재정난을 겪게 될 우려가 높다.

준공영제 시행 후 파업 여부도 시민들의 관심 중 하나다. 지난 5월 버스장기파업으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극에 달했기 때문. 전체적으로 임금 수준 및 근로조건 등이 향상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여론 부담 등으로 버스 운행을 전면 중단하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장기 파업에다 준공영제까지 시행됐는데 파업을 또다시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대구시 대중교통과 박창대 과장은 "구체적인 일정이나 계획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준공영제가 시행되면 서비스 개선 등 버스체계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며 "예산 부담의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결국 시민들의 부담인 만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준공영제, 10월 시행 가능하나

버스준공영제가 과연 올 10월 시행이 가능한지 여부도 관심사다. 대구시는 일단 이때를 목표로 준공영제 시행을 준비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업 내용이 방대한데 반해 시간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는 이들이 적잖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시민감시팀장은 "용역의 규모나 내용이 광범위한 큰 사업인데도 처음부터 도입 시기를 너무 촉박하게 결정한 데다 현실적으로 용역발주 시기도 늦어져 시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대구시는 연구, 조사 작업에 인력을 집중 투입하면 준비 기간도 최대한 단축시킬 수 있어 당초 계획에 맞춰 진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버스개혁기획단 진용환 단장은 "준공영제 준비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차질이 없고 용역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인 만큼 10월 시행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준공영제 전면 시행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완전 시행이냐' 아니면 '부분 시행 후 보완이냐'를 두고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것. 대구시의 경우 철저한 준비를 통해 전면 시행할 수 있다는 방침이지만 준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필수적인 부분만 갖춰지면 10월 시행한 뒤 단계적으로 보완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올해 시행이 시기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9월 지하철 2호선 개통 후 바로 한 달 뒤에 준공영제가 시행되는 것은 시간이 촉박한데다 학기 중에 등·하교 불편도 우려된다는 것. 때문에 지하철 2호선 개통 후 이용률, 교통흐름 등 추이를 지켜보고, 방학 등 교통수요가 적은 시기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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