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웰빙과 한방

주 5일 근무제를 맞아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제 생활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늘고 있다. 불황으로 생활이 팍팍해지긴 했지만, 먹고 사는 데만 매달리던 시대는 지났다. 넉넉한 마음을 갖고 건강하게 살아가려는 욕구가 웰빙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의 키워드, 대구시한의사회의 도움으로 웰빙을 추구할 수 있는 한방의 섭생법(건강법)을 연재한다.

웰빙(well-being)이란 말을 거론하면 이 불경기에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반문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최고로 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 스웨덴은 자살률이 가장 높다. 반면 세계에서 가장 못 살며 인구 밀도가 높은 방글라데시는 다른 나라보다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이는 경제적으로 풍요하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란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웰빙은 말 그대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하지만 웰빙도 시대와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웰빙은 1980년대 말 유럽에서 유행했던 '슬로푸드' 운동, 90년대 초반 유행한 '슬로비족(Slow but Better Working People)'과 연관을 맺고 있다. 또 '보헤미안 부르주아'라고 해서 부르주아의 물질적 실리와 보헤미안의 정신적인 풍요를 동시에 추구하는 '보보스'도 웰빙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영국에서는 스트레스가 많은 고소득 직종에서 보수는 적지만 근무 시간이 적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자리로 옮기는 '다운시프트(Downshift)'족에서 나타났다. 웰빙은 친환경주의, 자연주의를 핵심적인 개념으로 본다. 이때까지 건강한 삶이 주로 신체적인 건강에 중심을 두었다면 웰빙은 심신의 조화, 특히 내면의 건강을 중요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03년부터 웰빙 열풍이 일어났다. 이러한 웰빙 문화는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삶을 근본으로 하는 한의학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한의학은 동양철학의 '천인합일(天人合一)'에 근거하며 정신과 육체는 하나라는 뜻의 '심신일여(心身一如)'사상을 기본으로 한다. 이러한 기본원리 밑에 한의학은 일찍부터 정신작용과 감정의 활동은 육체에 영향을 주고 또 육체의 이상은 정신면에 반응한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음양오행 학설에 따라 인체를 소우주에 비유하여 음양균형을 맞추어 병을 미리 예방하는 측면을 강조했다.

흔히들 웰빙이라 하면 유기농, 반신욕, 헬스클럽, 명상, 단전호흡, 쾌적한 주거 환경 등의 고급스러운 것을 떠올린다. 모든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모두들 자기 눈높이에 맞는 웰빙의 개념이 존재하니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도 웰빙 생활에 다가갈 수 있다.

가난하지만 삶에 찌들지 않고 마음을 편히 가지는 '안빈낙도(安貧樂道)'에서 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마냥 먹고 논다고 웰빙이 아니다. 일도 열심히 하면서 개인의 삶을 여유롭게 꾸미는 것이다. 일에서 받은 스트레스도 풀면서 그것을 바탕으로 직업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이 진정한 웰빙일 것이다.

전기영 대구시한의사회 홍보위원(성모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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