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교영의 의료이야기-(23)간병 대책 급하다

'오랜 병(長病) 끝에 효자 없다', '가족 중에 아픈 사람 있으면 집안이 거덜난다.'

환자 간병과 관련해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말이지만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보건의료 안전망이 여전히 취약하다. 우리나라가 20여 년 전 5공화국 출범 때부터 '복지사회 구현'을 표방해왔는데도 말이다.

물론 국민건강보험료 인상을 담보로 보험 혜택이 해마다 확대되고 있지만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이 가운데 시급한 것이 환자 간병에 대한 사회적 지원책이다. 40대 초반의 직장인 김모씨는 3년 전부터 뇌졸중을 앓고 있는 노모를 간병하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반신 마비로 잘 움직이지 못하는데다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수시로 병원에 입원하는 형편이다. 문제는 한 달에 100여만 원에 이르는 간병비 부담이다. 처음 2년 동안은 자신과 부인이 번갈아 가며 간병을 했는데, 직장은 물론 가정 생활까지 흔들리기 시작해 간병인을 쓰게 됐다는 것. 월급 200여만 원의 절반 이상을 간병비와 병원비로 지출하고 나면 고교에 다니는 아들 2명을 뒷바라지할 여유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입원 환자에 대한 간병서비스 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간병인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없고 건강보험에서도 간병 비용은 지원되지 않는다.

보건의료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지난해 7월 암 환자를 대상으로 간병실태를 조사한 결과, 간병인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10.7%에 불과했다. 나머지 89.3%는 간병인을 이용하지 않고 가족들이 간병한 경우이다. 또 입원 환자 1명당 간병에 참여한 가족 및 친지의 수는 평균 2.91명이었다.

'2002년도 건강보험통계연보'를 이용해 우리나라 전체 입원 환자 중 간병인 이용으로 인한 환자 가족의 비용부담액을 추계한 결과, 1천73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환자 가족의 직접적인 간병에 대한 사회적 비용(직장인 휴직시 인건비, 식사비, 교통비, 간병 필요물품 구입비 등)까지 포함하면 최소 연간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는 노인인구와 만성질환자의 증가에 맞춰 장기요양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장기요양서비스가 시행되면 간병 비용의 일부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급성병의 간병비 부담은 여전히 환자와 가족의 문제로 남게 된다.

간병으로 인한 서민들의 부담과 국가 전체적인 손실을 줄이기 위해선 '간병'을 제도권으로 흡수해야 한다. 간병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를 결정해 보험에서 그 비용을 지원하고 정부가 간병인의 교육 및 서비스 질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 오늘도 환자 간병에 매달려 진을 빼는 서글픈 현실은 끝내야겠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안내=새해부터 '대구'면에 게재됐던 '김교영 기자의 의료이야기'를 '헬스'면으로 옮겨 계속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질책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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