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참사와 '닮은꼴'…결과는 '딴판'

3일 오전 서울지하철 7호선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 2년 전 대구지하철 참사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두 사고는 비슷한 상황이었음에도 대구지하철 화재 당시에는 수백 명의 사상자를 냈고 이번에는 인명피해가 거의 없었다.

그 차이가 뭘까?

가장 중요한 이유가 불의 휘발성 여부다.

대구지하철 화재때에는 휘발유를 곳곳에 뿌리고 불을 질러 순식간에 번졌지만, 서울지하철의 경우 신문지에 불을 붙여 초동 진화 및 대피 등의 시간이 있었다.

화재 시간대도 큰 차이였다.

대구지하철의 경우 오전 9시55분인 데다 졸업식시즌이라 승객이 많았던 반면 서울지하철은 오전 7시14분으로 시간이 일러 승객이 100여 명에 불과했다.

또 대구지하철 참사때에는 화재 발생사실을 모르고 반대방향 열차가 승강장으로 진입, 나란히 정차하면서 불길이 옮겨 붙어 피해를 키웠지만 서울의 경우 정반대의 상황이 됐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불이 난 것조차 모르고 달렸던 것이 오히려 인명피해를 없앴다"고 말했다.

사고당시 불이 난 전동차가 정상적으로 달린 뒤 자동문을 열어주었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 것을 먼저 안 승객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는 것.

피해 차이가 큰 이유 중 하나는 차량문의 개폐 여부다.

대구지하철 화재의 경우 화재 사실을 늦게 안데다가 열차 문이 열리지 않아 승객들이 대피하지 못했던 반면 서울의 경우 근무자가 화재발생 후 바로 승객들을 대피시켰고, 상황실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

또 서울지하철의 경우 어설펐지만 화재진화 및 승객대피 등 초동조치가 이뤄진 반면 대구지하철 화재의 경우 안내방송도 없었다.

비슷한 점도 있다.

둘다 초동조치 미흡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고 지하철 내부가 가연성 소재로 이뤄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화재사실을 제때 알지 못한 데다 사령실과 기관사 간의 의사소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지하철 화재가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대구지하철 참사에도 불구하고 얻은 교훈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아쉬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호준·권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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