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四字成語)가 대유행이다. 교수신문이 2004년의 사자성어로 '같은 파끼리는 당(黨)을 만들고 다른 파(派)는 공격한다'는 뜻의 '당동벌이(黨同伐異)'를 선정하더니 새해 들어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앞다투어 사자성어들을 내놓는다. 이해찬 총리가 '화이부동(和而不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화합하다)', 이헌재 부총리가 '여시구진(與時俱進: 시간과 더불어 함께 전진하다)', 김덕룡 한나라당 대표가 '해현경장(解弦更張: 거문고 반주가 어려울 때 줄을 다시 고쳐 매다 )'을 각각 내놓았다.
서로 화합하고, 함께 전진하고, 마음자세를 가다듬어 한 해를 시작하자는 뜻이니 이의가 있을 리 없다. 그 말 꺼낸 어른들부터가 모범을 보여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하지만 일반 국민에겐 오히려 '행복하세요' 라든가 '돈 걱정 덜하는 한 해가 되세요' 라는 말들이 더 가슴에 와닿지 않으려나.
도리없이 또 한 살을 먹었다. 제아무리 억만장자라도, 그 어떤 미남미녀라도 나이만은 어쩔 수 없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것이 나이와 죽음인데, 쓰나미 피해국들의 현지인들 중 천신만고 끝에 목숨을 건졌어도 의료장비가 없어 살 목숨을 살리지 못한 경우가 허다한 걸 보니 죽음도 나이만큼은 공평하지 못한 듯하다.
경기가 더 어려울 전망이라지만 올해는 꼭 행복해지고 싶다. 호서대 김명소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57.71점이었다. 비록 생활이 좀 더 힘겨워져도 행복지수만큼은 올라갔으면 좋겠다. 행복이 재산순만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인의 집 벽에 '행복하게 사는 법'이라는 글귀가 붙여 있다. 그 첫째는 '감사의 마음을 키우세요' 였다. '단순하게 사세요','일주일에 한 번은 9시에 잠자리에 드세요', '좀 더 자주 깔깔거리며 웃으세요',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는 건 이제 그만 두세요''''. 맨 끝엔 당부하듯 '걱정하지 말고 행복하게 사세요' 라고 돼있었다.
새해엔 모두가 마음만이라도 넉넉해졌으면 싶다. 높으신 양반들 흉내내어 사자성어 한번 써볼까나. '수연낙명(隨緣樂命: 닥쳐오는 모든 일들이 내게 인연되는 일이니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라)'!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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