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저거 뭐야?""재밌겠다.
"
지난달 31일 우방타워랜드 안. 산만하게 돌아다니던 아이들의 눈길이 어느새 한 곳에 꽂힌다.
하나 둘 모여들던 아이들은 턱 하니 입을 벌린 채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젊은이 대여섯이 늘어서 클럽과 공을 들고 연신 돌려 대자 무척 신기한 듯 지켜본다.
젊은이들은 칼날처럼 매서운 바람에 볼이 불그스레 얼었지만 남의 시선이 마냥 즐거운 듯 함박웃음이다.
눈길이 쏠리기는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그곳을 지나가다 무슨 구경이 난 듯 고개를 수차례 돌리며 그 모습을 곁눈질한다.
젊은이들은 삽시간에 '무대의 주인공'이 된다.
이들은 바로 '끼 있는 사람들~(http://cafe.daum.net/people95)'이란 다음 카페 저글링 전문 동호회 회원들. '끼 있는 사람들~'이란 이름만큼 그들은 남들에겐 없는 끼(?)가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손에 잡히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마구 돌려댄다는 것. 길을 걷다가도, 버스를 탈 때도 어김없이 손을 움직인다.
이 동우회 대구본부장인 김병준(26)씨는 "남들이 신기한듯 쳐다보면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라며 심심할 틈이 없단다.
'끼 있는 사람들~'은 저글링만을 위해 뭉친 순수 동우회로 전국적으로 수백 명의 정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선 초등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중년까지 연령층도 다양하고 회원 수도 많아 활동이 무척 활발해요." 하지만 대구에선 아직 10명 내외가 전부. 병준씨는 "아직 대구에선 저글링이란 용어 자체가 생소하잖아요"라며 위안을 하면서도 회원이 많지 않은 게 못내 아쉬운 표정이다.
현재 우방타워랜드 공연팀에서 일하고 있는 병준씨가 이 동우회에 가입한 건 2년 전. 평소 피에로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그이기에 선배가 소개한 저글링은 첫눈에 그의 마음을 뺏었다.
그때부터 동호회에 가입해 정보를 얻고 연습도 짬짬이 했다.
지금은 대구본부장을 맡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직접 가르칠 만한 수준에 올랐다.
병준씨의 영향으로 이곳 공연팀에는 동호회 회원들이 꽤 있다.
강대근(23)씨도 그 중 한 명. "형의 권유로 가입하게 되었는데 처음엔 잘 안되니까 짜증만 나더라"라며 병준씨에게 핀잔을 준다.
하지만 지금은 저글링 재미에 푹 빠져 쉴 때면 병준씨를 귀찮게 하고 있다.
귀염둥이로 통하는 서유진(21·여)씨는 가입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아 아직 초보 수준이다.
돌리다가 자꾸만 공을 떨어뜨리고는 깔깔 웃어댄다.
"조만간 오빠들처럼 잘 할거라 생각하니 그냥 즐거워요."
그렇다고 이 동호회가 우방타워랜드 공연팀만으로 이루어진 건 아니다.
순수 아마추어도 몇몇 있다.
그 중 한 명인 '쭈니쭈니'라는 아이디의 30대 남자는 정기 모임 때마다 꼭 참가해 저글링을 연습하고 간다.
병준씨는 "과거 병실에 있다 너무도 심심해서 저글링을 하다 가입했다고 하더군요. 조금은 베일에 싸인 인물이에요"라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저글링은 낮과 밤 상관없이, 장소의 넓고 좁음에 관계없이 손쉽게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도구도 무엇이든 가능하다.
사과나 귤 같은 과일도 훌륭한 도구가 된다.
처음에는 자꾸 떨어뜨리며 실수를 하지만 한 달가량만 틈틈이 연습하면 4개까지도 돌릴 수 있단다.
저글링을 통해 순발력과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병준씨는 "이런 장점 때문에 동구권이나 일본에서는 학교 수업으로도 가르친다"고 덧붙인다.
또 성취욕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그들은 "처음에는 안될 것 같더라도 나중에 성공하면 그 쾌감은 안 겪어본 사람은 몰라요"라며 입을 모은다.
병준씨는 "앞으로 취미로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면 그들을 대상으로 1대 1 교육도 할 생각"이라며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참가하기를 바라고 있다.▨ 저글링(juggling)은?= 저글링(juggling)은 사실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 범위가 워낙 광범하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하면 공이나 클럽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해 남들에게 재미있고 신기하게 보여주는 묘기라 할 수 있다.
저글링에 사용되는 도구는 제한이 없다. 하지만 아마추어들은 흔히 단순한 공이나 곤봉 모양의 클럽, 바운스볼, 디아볼로 등을 사용한다. 바운스볼은 땅이나 벽을 튕겨 저글링을 할 수 있게 만든 특수공이다. 디아볼로는 줄팽이라고도 불리며 양손에 줄이 연결된 채를 잡고 커다란 요요처럼 생긴 팽이를 줄위에서 갖고 노는 것이다. 이 디아볼로는 중국에서 처음 시작돼 지금은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고수가 되면 데빌스틱이나 포이, 시가박스 등 좀 더 다양한 기구를 사용한다. 나아가 외발자전거나 칼, 접시 등도 사용하게 된다. 데빌스틱은 양손에 막대기를 하나씩 잡고 가운데 긴 막대기를 쳐 올리면서 실에 매달은 것 같이 만드는 것이고 포이는 긴줄 양쪽에 공을 하나씩 매달아 돌리는 도구. 또한 시가박스는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상자들을 돌려가면 쌓는 도구를 말한다.
저글링의 기술 또한 무궁무진하다. 당사자가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달렸다. 하지만 기본 동작은 케스케이드, 리버스 케스케이드, 챱, 샤워 등이 있다. 케스케이드는 공이나 클럽을 밖으로 연속적으로 던져 받아내는 것을 말하고 리버스 케스케이드는 이와 반대로 안으로 던져 받아내는 것을 말한다. 챱은 손을 엇갈리게 하면서 도구를 받아내는 기술이고 샤워는 한쪽 방향으로만 돌리는 기술을 말한다. 다음카페 '끼있는 사람들~'에 접속하면 좀 더 다양한 기술들을 확인할 수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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