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마침내 재취업에 성공한 닭띠 가장 이광희(36)씨.
인문계 고졸 출신에 30대 중반인 그는 지난 한 해 지원한 회사만 1천 곳이 넘을 정도로 끝없는 도전 끝에 출근의 기쁨을 얻었다.
그가 새 직장을 알아보기로 결심한 건 지난해 1월 말이었다.
4년여 다녔던 옛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과 은행대출 등으로 5천만 원을 투자한 편의점이 어려워졌기 때문.
2003년 8월 개점 당시만 해도 월 1만7천 명에 달했던 손님들이 매달 1천~2천 명씩 줄기 시작했다.
이씨는 "본사에서는 매출실적에 따라 2년 주기로 재계약을 결정하는데 갈수록 불안감만 커졌다"며 "다시 안정적 직업을 찾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대구는 물론 경산, 칠곡, 경주, 부산 등지로 면접만 100여 차례 넘게 다녔지만 그때마다 고배를 마셨다
이씨는 "세상을 등지고 싶었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아내와 아이들을 떠올리지 않았다면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차에 뜻밖의 길이 열렸다.
전국 체인망을 갖춘 대구의 한 영상음향 설비업체가 과거 7, 8년간 정보통신업체 엔지니어로 일한 그의 경력을 높이 사 최종 합격시킨 것이다.
이씨의 첫 직책은 영업과장이다.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과거 직장 경험으로 알음알음 거래처를 늘리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다.
입사 초기에는 하루 400㎞ 이상을 달리며 대구·경북 전역을 누볐다.
성과도 남달랐다.
입사 후 한달 만에 구미 영업을 텄고, 지난해 12월엔 4천만 원짜리 계약도 따냈다.
그는 "영업이라는 게 문적박대 당하기 일쑤였지만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기자는 이씨의 포항 출장에 동행했다.
오전 9시 40분에 대구를 출발해 11시 30분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만나기로 약속한 거래처 사장은 자리에 없었다.
오후 2시를 넘길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만 했다.
이씨는 "이런 일이 매일같이 생긴다"며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밖에서 벌벌 떨어야 할 때가 많지만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끝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히지만 이 날은 운이 좋았다.
오후 3시쯤 거래처 사장을 만나고 돌아 온 이씨는 "견적서를 뽑기로 했다"며 "왠지 예감이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힘들고 고되지만 이제 희망이 보입니다.
올해는 따뜻한 새 집부터 구할 겁니다.
지금 집은 바람이 심한 15평짜리 낡은 아파트라 항상 가족들에게 미안했어요."
그는 "지켜야 할 가족이 있기에 일이 즐겁다"며 "지금은 돈이 없어 폐기처분 직전의 10년 된 처남차를 얻어 타고 다니지만 새해에는 번듯한 중고차도 구입할 계획"이라고 미소지었다.
기획탐사팀=이종규·이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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