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황 잊은 우유공장 24시

흰우유 '웰빙 르네상스'

새해 근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3일 아침, 경산시 진량읍 신상리 (주)매일유업 경산공장.

밤새 일한 50여 명의 근로자들이 귀가준비를 하고, 같은 수의 교대인력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공장을 나서던 사람들은 지난 밤 11시부터 일한 근로자.

"공장이 서는 날은 설날과 추석, 1년에 단 이틀뿐입니다.

항상 신선한 우유를 공급해야 하다보니 쉬는 날이 없죠. 새해엔 지역민들이 우유를 많이 마시고 '새힘'을 내야죠." 이곳 근로자들은 휴일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지역민들이 최근 '웰빙' 열풍을 타고 우유를 많이 마셔줘 너무나 고맙다고 했다.

◇우유공장의 신바람

경기불황에다 출산율 감소. 우유공장에서 '좋은 얘기'가 나올 수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매일유업 경산공장에선 생산량이 오히려 늘고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2003년 하루 평균 150여t 생산하던 것이 지난해 170여 t으로 1년 만에 13%나 늘었다고 했다.

역내 다른 우유 공장들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소폭 상승했다.

매일유업 경산공장 박승규 생산팀장은 "2001년 'ESL'이라는 효자상품이 나오면서 매년 8~9% 생산량이 증가했다.

ESL라인은 3교대로 24시간 내내 돌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매일유업은 신제품 개발을 위해 250억 원을 투입했다.

'뭔가 다른 우유'를 만들어야 소비자가 찾는다는 생각 때문.

이 제품의 유통기한은 14일로 기존제품의 5일보다 크게 늘어났다.

획기적으로 신선도를 개선한 덕분에 ESL은 하루 평균 200만 개 이상 판매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덕분도 있다.

'웰빙 생활'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다시 우유로 돌아오고 있는 것.

한국낙농육우협회 조사결과, 우유는 완전식품으로 동물성 단백질과 칼슘, 철, 비타민 A 등을 함유해 어린이의 성장을 돕고 성인에게도 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우유의 칼슘은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성분이라고 한다.

◇역시 흰우유

매일우유 ESL의 성공 사례처럼 우유업체들은 요즘 '흰우유 띄우기'에 전력하고 있다.

한때 바나나우유 딸기우유 등 가공우유에 밀려 '찬밥신세'로 전락했던 흰우유를 소비자들 입맛에 맞도록 '리모델링'해 과거의 인기를 되찾겠다는 것.

흰우유 시장은 2001년 이후 매년 2∼4% 감소하고 있지만 지난해 가공우유시장은 우유시장 침체에도 불구, 오히려 6.9% 늘어났었다.

하지만 우유업계는 흰우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있다.

학교 급식 등으로 고정고객이 갈수록 늘어나는데다 이미 1조5천억 원대의 시장을 형성해 5천억 원대의 가공유 제품에 비해 '영업수명'이 긴 점이 장점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기획예산처가 최근 저소득층 초등학생에게만 지원하던 우유 급식을 올해부터 중학생한테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혀 우유 무료급식대상이 지난해 21만여 명에서 올해 27만9천여 명으로 늘어나는 것도 호재.

때문에 우유업계는 "시장이 축소돼도 우유시장의 근간은 흰우유"라는 믿음 아래 신제품 출시 등 흰우유 마케팅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양유업의 경우 지난해 8월 흰우유인 '남양 맛있는 우유GT'를 선보여 출시 100일 만에 판매량 1억 개를 돌파했고 9월부터 하루 평균 100만 개 이상 판매되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파스퇴르유업도 최근 20∼25세 여성층을 주 고객층으로 잡은 무지방 흰우유 '팻 프리'를 선보였다.

지방이 제거되면 우유 맛이 밋밋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해 고농축 탈지원유를 넣어 고소한 맛을 살렸다.매일유업 경산공장 하태조 품질보증팀장은 "비싼 가격과 인공첨가물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가공유 시장은 한계가 있다"라면서 "신선도 및 기능이 강조된 흰우유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우유전쟁의 시작

대구경북에서는 올해 본격적인 '우유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처음으로 수도권 이외 지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이다.

서울우유는 올 7월 준공 목표로 경남 거창에 공장을 짓는다.

때문에 서울우유는 대구경북에 현지 공장을 두고 있는 매일, 남양, 비락은 물론 대구우유 등 토착기업들과 지역 우유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우유는 신선도가 생명이라 해당지역에 공장을 갖추면 판매량도 덩달아 증가한다.

서울우유의 '남진 정책'에 기존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남양유업 경주공장 생산팀 제성욱 과장은 "우유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늘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우유업체 간 매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신상품 개발 등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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