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운문사 어귀의 한적한 농촌마을 자그마한 과수원 한 곁에 손병욱씨의 집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사과꽃 향기가 봄바람에 실려오고 새들의 지저귐이 한가로운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넉넉한 공간이다.
도시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청도 동창천을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통래산 중턱에 터를 잡았다. '꼭꼭' 숨은 전원주택과 달리 햇볕이 따사롭게 와닫고 운문사 가는 도로변에 위치해 나고들기가 편하다. 집 안에 들어서면 전통 한옥집 형태의 목조주택이 나온다.
목조주택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주인의 친구들이 묶고 쉬는 1,2층이고 오른쪽은 부인의 전시실 겸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누구의 한 사람 집이 아닌 부부 공동의 집이다. 본체에는 마을회관으로 사용하기 위한 큰 거실과 방 하나, 2층에는 방 2개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 특이하게도 남녀 화장실이 표시된 각 각의 화장실이 있다.
"동네 마을회관, 진료소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생각에 별도의 화장실을 나눠 두고 있다"는 집주인의 설명이다.
집안에는 낡은 TV 하나를 놓아두었을 뿐 별다른 장식품 없이 소박하다. 손님들이 놀러와서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거실에는 황토로 만든 벽난로를 만들어 황토방의 느낌을 주고 있다. 벽난로 위의 노란 호박이 '친구'처럼 잘 어울린다.
집안 전체가 나무라서 여름에는 신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나무색깔 역시 토속적인 황토색깔이라 편안한 질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부인 손원숙씨의 작업실로 이어지는 별채에는 오작교처럼 생긴 가교가 부부금슬을 이어주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넓은 홀이 나타난다. 벽에는 집주인의 그림들과 염색한 작품들이 즐비하다. 곳곳에 조명시설이 있어 금방이라도 전시회가 열릴 것 같다.
엉성해 보이는 2층은 미로처럼 연결되어 곳곳마다 쓰임이 다르다. 다락으로 만들어 곳곳마다 창고도 있고 동창천을 내려다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다실, 널찍한 서재도 있다. 이곳에도 황토 벽난로가 있어 그 넓은 공간의 난방을 해결하고 있다.
목조건물이라 화재 예방에 특히 신경을 썼다. 곳곳에 소화기를 비치하고 전선은 아예 노출시켰다. 화재 예방은 물론 고풍스런 멋까지 생각한 주인의 아이디어다.
집밖의 정원은 현재 '공사중'이다. 바라보는 아름다운 동창천에다 주택지안에는 실개울을 만들어 고기가 노닐게하고 그 물이 흘러 모인 곳에 연못을 만들어 연꽃을 심었다.
연못 옆에는 오죽(검은 대나무)이 느릿느릿 물속길을 산책하는 잉어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족히 가로세로 5m는 넘어보이는 납닥바위가 이곳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마당 한가운데에 턱하니 버티고 있다. 심심할 때 친구들과 함께 '고스톱'치기에는 딱이다. 남근과 여근을 묘사한 인공바위도 부부금술을 상징하고 있다. 정원 곳곳에는 설중매, 장미, 허브 등을 심어 1년내내 꽃향기로 뒤덮인다.
2천평 남짓한 대지에는 앞으로 소형 실버센터가 들어설 계획이다. 늙고 병들고 갈곳 없는 노인들이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주인의 아름다운 생각이다.
그 '아름다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부부가 직접 터를 일구다 보니 농부의 손처럼 갈라지고 헤어졌다.'여러사람이 같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생각이 집보다 아름답다.
사진=박순국 편집위원 tokyo@imaeil.com
◆정용의 500자평
전원에 살게된 이유를 물어 보면 복잡한 도시를 떠나 조용한 곳에서 살기 위해서, 몰입할수있는 창작의 공간이 필요해서,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장소로, 주말이나 여가를 보내기위해, 농사가 좋아서 등 많은 이야기가 있다. 이런 이유외에 김원장은 '고향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대구의 토박이인 그에게는 향리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원장은 그의 고향만을 만들기 위해 현재의 집을 짓지는 않았다. 자녀들에게 고향을 만들어 주겠다는 생각이 더 큰 것 같다. 도심은 날로 변하고 부모님들과 살던 그립고 정겨웠던 추억들은 재건축 재개발로 모두 날아가 버린다.
요사이 도심은 10년 만에 강산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몇 년 전의 우리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잃어버리게 한다. 김원장의 생각이 15년 전부터 시골집 인연을 맺어 주면서 본인이 전원에 사는 이유 중 가장 많이 강조했던 것이라 감회가 새롭다.
김원장 내외나 자녀들 그리고 친지들은 그가 지어놓은 집에 즐거울때나, 외로울때나 때로는 슬플 때 찾아와서 부모님을 생각하고 친구들을 생각하고 보고픈 사람들과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며 가슴 찡한 순간들을 맞을 것이다. 고향이 바로 그런 것이기에 여기에 전원주택을 지은 이유다.
김원장의 또 하나의 꿈은 나이 먹어가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 살기 위함이다. 소형 실버타운을 짓고 싶다는 것이다. 나이 들어 갈수록 건강하게 살아야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버타운의 필수인 의료문제는 본인이 의사이므로 해결이 된 것 같다.
김원장이 집을 지었던 이유가 지금 거의 실현되어가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하루빨리 그 아름다운 마음의 그늘 아래로 들어가 자연의 변화를 느끼며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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