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낙관못할 '음식물 분리'

"이대로라면 매립장에 반입되는 음식물 쓰레기는 찾기 힘들 겁니다. 예상외로 참여도가 높습니다."

음식물류 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행 나흘째인 4일 오후 대구 방천리 위생매립장. 주민감시단과 함께 낫으로 비닐봉지를 헤집던 대구시청 직원은 "의외의 성과"라며 놀라워 했다. 점검 첫날인 3일에만 해도 250여 대의 청소차가 들어와 6대가 되돌아갔는데 비해 이날은 300여 대 중 2대에서만 일부 음식물 쓰레기가 발견됐다. 매립장 관계자도 "걱정했던 재래시장에서도 음식물 분리수거율이 좋다"며 제도정착을 낙관하는 표정이었다.

대구시가 밝힌 공식적인 분리수거율은 '100%'. 음식물류 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7년 전 예고됐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평균 분리수거율이 93%에 그치는데 비하면 대구시의 낙관론도 근거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춰보면 전혀 안심할 입장이 아니다. 매립장에서 이뤄진 이틀간의 점검결과 적발된 청소차량은 대부분 대형할인점'백화점'식당 등 사업장에서 배출된 음식물 쓰레기였다.

매립장 현장에서의 점검결과도 전적으로 신뢰하기 힘들다. 밀려드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5, 6명이 일일이 낫으로 비닐봉투를 뒤져 확인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종량제봉투에도 얼마든지 음식물 쓰레기가 포함됐을 수 있다.

홍보도 부족하다. 생선뼈, 과일씨앗, 수박껍질은 음식물 쓰레기일까? 동물사료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아니다. 시는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배출해야한다'는 관심만 '독촉'할 뿐 주민들에게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시는 홍보기간인 오는 15일까지 단속을 벌이면 음식물 반입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반짝단속에 그칠 우려도 크다. 100% 분리수거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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