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을 했던 대구·경북 출신 인사 100여 명은 지난 2001년 '재경 대구경북민주동우회'를 만들었다.
대구·경북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동지'임에도 각박한 서울 생활로 인해 어떻게 사는지조차 모르는 선후배가 적잖아 1년에 한두 번 얼굴이라도 보자는 취지에서다.
회원들의 삶은 대부분 넉넉지 못하다.
전과자란 딱지가 붙거나 제때 대학을 졸업하지 못해 변변한 직장도 없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 청와대나 공기업 등지에 진출한 회원이 더러 있어 면면이 다양해진 정도다.
회장은 지방 여대생으론 유일하게 민청학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경북대 출신의 유진숙(柳辰淑·53)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이다.
같은 민청학련 출신으로 인천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정화영(鄭華永·56)씨, 인혁당 사건에 연루됐던 이현세씨(학원 경영)가 선배급이고 30대 후반인 회원도 있다.
강기룡(53) 한전 산하 중부발전소 감사, 이태헌(52) 한국지역난방공사 감사, 이인수(47)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념사업팀장, 허활석(45) 국정원 과거사진상규명팀장, 김정수(40) 민주평통자문회의 책임연구원 등이 '민동'의 멤버다.
남영주 총리실 민정수석비서관과 청와대 사회조정2비서관으로 6일 내정된 김준곤 변호사도 조만간 이 모임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간 회원들은 가끔 만나 친목을 도모했다.
이들이 요즘 부쩍 바빠졌다.
30여 년간 묻혀 있던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의 진상 규명에 앞장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인혁당 사건은 지난 74년 인혁당을 재건해 국가를 전복하려 했다는 죄명으로 여정남 서도원씨 등 재야인사 8명이 사형당한 사건이다.
당시 희생자는 대부분 대구·경북에 살거나 대구·경북 출신이었다.
국가적 사건이나 좁게 보아 대구·경북의 사건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민동은 최근 내부에 인혁당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정화영씨를 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판단했다.
지난 74년 대구에서 안양교도소로 호송되는 버스가 추풍령을 넘을 즈음 8명의 운동 선배가 사형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고 당시를 회상하는 정씨는 "인혁당은 실체가 없고 국가 공권력의 고문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가 "공권력에 항거한 흔적이 없다"면서 인혁당 사건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류에 기막혀 한다.
"고문 조작으로 왜곡된 재판 기록만 보고 '흔적' 운운하는 심의위원들이 답답하다"는 그는 "법적으로 보지 말고 정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회장과 정 위원장은 "훌륭한 선배들이 왜 죽는지조차 모르고 죽어갔는데 30년이 지나도록 명예회복조차 못하고 있어 죄스럽다"면서 "진상규명을 계기로 민주화를 위한 선배들의 고귀한 희생 정신을 계승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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