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처리에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 연락을 하니까 '제품이 없어 좀 더 기다리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두 달 뒤에 다시 연락했을 때는 '구입한 지 14일이 지났기 때문에 교환이 안되니 고쳐쓰라'는 터무니없는 답변을 또 들어야 했습니다."
SK텔레콤의 스카이 7200 제품을 구입한 지 10일 만에 하자가 발생해 교환을 요청한 박철수(34·가명) 씨는 황당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소비자 불만=한국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에 휴대전화 이용자들의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이승훈(가명·28·자영업) 씨는 SK텔레콤의 스카이(sky) 단말기를 구입해 여러 번 애프터서비스를 받고도 불편이 고쳐지지 않아 교환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했다. 김순임(가명·21·여)씨는 휴대전화를 분실하지도 않았는데 누군가 본인의 전화를 불법복제해 해외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호소했다.
SK텔레콤이 독주하는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이동통신 3사 모두 △단말기 보조금을 편법으로 지급하거나 △공짜폰이라며 소비자를 유치한 뒤 단말기 할부액을 요금과 통합해 청구하고 △유료라고 알리지 않고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가입시키며 △각종 부가서비스를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하면서 이 사실을 통보하지 않는 등 소비자와 시장을 우롱하는 사례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이동통신업계 이전투구=지난 5일 LG텔레콤은 'SK텔레콤이 전국 단위에서 단말기보조금 등 불공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통신위원회에 시정 건의문을 낸 데 이어 증빙자료까지 공개했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은 4일 LG텔레콤의 비방광고가 도를 넘어섰다면서 광고 게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SK텔레콤은 2002년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위크 보도를 인용한 KTF의 광고에 대해 반박광고를 실었다가 광고의 악의성이 인정되는 바람에 법원 1심 판결에서 75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국내 통신업계의 혼탁 현상이 빚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시장지배력의 현격한 차이와 SK텔레콤의 '과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후발주자인 KTF와 LG텔레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SK텔레콤은 시장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면서 시장질서 혼탁과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선진국시장=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기업규모, 점유율, 수익성이 매우 안정적인 지배적 사업자의 경우 초과이윤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면서 "효율적인 경쟁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이동통신 시장이 평준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으로의 쏠림현상이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이동전화 서비스 시장구조의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3년까지 OECD 30개 국 1위 통신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 평균은 58.9%에서 9.1%포인트 낮아진 49.8%다. 반면 국내 SK텔레콤의 점유율은 이 기간에 신세기통신 합병 등을 통해 42.6%에서 11.9%포인트 높아진 54.5%로 나타났다.
1, 2위 사업자 간 점유율 격차도 회원국들 평균이 1998년부터 2003년 사이 30.7%포인트에서 19.9%포인트로 낮아진 반면 한국은 15.7%포인트에서 23.4%포인트로 벌어졌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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