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잊어진 300년 역사 '제자리 찾기'

'잃어버린 왕국' 대가야 / 매일신문 특별취재팀 지음/창해 펴냄

우리나라 고대사에서 찬란한 문화를 피우고도 조명받지 못한 국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698년 고구려 유민이 세운 '발해'. 중국 동북 지방에 자리 잡은 발해는 926년 멸망할 때까지 당나라와 일본을 대상으로 공사무역(公私貿易)을 활발히 전개하며 자주 국가로서의 세력을 떨쳤지만 지리적인 한계 등으로 인해 현재에도 연구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또 하나 잊힌 나라는 바로 '대가야'다. 대가야는 200년대 후반부터 쇠를 바탕으로 한 무력과 가천, 야천을 젖줄로 한 농업생산력 등을 앞세워 526년까지 경남 서남부와 호남 동부 일대를 아우르는 거대 세력을 구축했다. 백제와 더불어 왜(倭)와 교류하며 가야문화를 전했고 가야세력 중 유일하게 중국 남제에 사신을 파견하는 등 왕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가야금을 제작하고 음악을 정리하는 등 문화 수준도 높았다. 지산동 고분을 비롯해 본관동'중화동'양전동'종암동'쾌빈동 등 고령지역에 분포한 유적지에서 출토되는 많은 유물은 가야연맹의 맹주인 대가야의 발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세력권·문화적 영향 등 규명

그러나 대가야는 발해와 달리 국내에 근거지를 두고 있지만 연구는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야는 국사책에 단 몇 줄만 언급된 나라였고 일부 사학자와 고고학자의 연구대상일 뿐이었다. 그나마 1977년과 1978년 고령 지산동 44호 및 45호 고분에서 대규모 유적, 유물이 쏟아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여태까지 가야의 출발점은 물론 전체 가야제국의 국명과 영역, 고분의 성격, 철과 토기의 출처, 고대 왕국의 성립여부, 삼국과의 관계, 가야제국간 연맹결성 여부 등의 베일은 벗겨지지 않고 있다. 가야가 '삼국사기', '삼국유사', '삼국지', '일본서기' 등에 극히 일부만 언급돼 있다는 사료적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야 연구에 대한 학계와 문화계의 관심 부족도 한 몫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삼국에 대한 연구는 앞장서 지원하면서도 가야만큼은 연구자가 적고 규명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해 왔다.

'잃어버린 왕국 대가야'는 매일신문이 창간 57주년을 맞아 대가야 역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특별취재팀을 구성, 1년여 동안 연재한 '아! 대가야' 기사를 일부 보완해 엮은 생생한 현장보고서다.

특별취재팀은 약 300년 동안 한반도 남부 일대의 광대한 세력권을 형성하고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대가야를 새로이 조명하기 위해 2003년 7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아! 대가야'를 연재했다. 대가야가 만들어낸 토기, 철기, 금관, 생활풍속 등 문화유산의 가치와 1천 수백 년 동안 한반도에 미치고 있는 문화적 영향을 살펴봄으로써 역사의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다.

2003년 7월7일 '새로 읽는 대가야사-대가야는 살아있다'로 시작해 2004년 6월21일 마지막을 장식한 '연구 발전 방안 좌담회'까지 모두 51회에 걸쳐 연재된 이 시리즈에는 기자들의 열정과 발품의 노력이 곳곳에 서려 있다. 특별취재팀은 대가야 왕과 왕족이 묻혔던 무덤, 산성, 철과 토기의 생산지, 삼국과의 전쟁터를 훑었다. 왜와의 교류 흔적을 찾기 위해 대가야 왕릉에서 나온 야광조개의 서식처인 일본 아마미오시마 등 혼슈, 규슈, 시코쿠 등 일본 열도와 일본의 지중해 세토나이카이까지 샅샅이 뒤졌다. 400년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남쪽 정벌 당시 기록을 찾기 위해 서해를 건넜고 중국 남제에 보낸 대가야 사신의 궤적을 추적하기 위해 중국 산둥반도, 중국 단양시 등도 방문했다. 그 결과 대가야 야철지와 토기 생산지, 가야금 전파의 흔적을 발견했고 토기를 중심으로 한 세력권을 추정해냈다. 또 일본과의 교류 흔적과 유적, 유물의 분포범위, 중국 남제로의 항해 루트도 일정 정도 규명해 내는 성과를 올렸다.

◇ 본사 특별취재팀 1년간 연재

대가야 연구는 아직도 많은 부분을 미완으로 남겨 두고 있다. 묻혀 있는 대가야의 문화유산과 풀리지 않는 비밀이 산재해 있고 이미 드러난 대가야의 유적, 유물 상당수도 제대로 보존, 관리되지 않고 방치돼 있다. 특별취재팀은 대가야 역사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절실히 공감하며 민간부문의 더 많은 연구와 교류,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 시민들의 애정 어린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매일신문 특별취재팀(김인탁'안상호'김병구 기자)은 대가야 역사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는 독자들의 좋은 평가와 함께 지난해 8월 제166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데 이어 12월에는 '제8회 일경언론상' 대상을 받았다. 창해 펴냄, 311쪽, 2만9천원.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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