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백두대간

유럽대륙에서는 몇 몇 큰 산들과 어쩌다 나지막한 구릉지대만 있을 뿐 산을 보기 힘든다. 중국땅에서도 무협물 속에서 튀어나온 듯 기기묘묘한 산이나 더러 우람한 산들을 볼 수 있지만 대개는 가도가도 평평하다. 우리만큼 눈만 들면 산이 보이는 나라는 많지 않다. 기골이 장대한 산, 올망졸망 예쁜 산, 어머니 품처럼 푸근한 산…. 그 모양새와 느낌도 각양각색이다.

▲우리 땅의 아름다움에 대한 눈맛이 유난했던 혜곡 최순우. "그리 험하지도 연약하지도 않은 산과 산들이, 그다지 메마르지도 기름지지도 못한 들을 가슴에 안고...(중략) 우리 한국 사람들은 이 강산에서 먼 조상때부터 내내 조국의 흙이 되어가면서 순박하게 살아왔다"는 그의 표현이 딱 들어맞는 산들이다. 산을 보면서 자라고, 산과 더불어 나이 먹고, 죽어서는 그 산의 품에 묻히는 우리들이다.

▲주5일제와 웰빙 열풍, 경기불황으로 돈 안드는 레저인 산행이 큰 인기다. 웬만큼 이름난 산들과 동네 앞뒷산마다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새벽 등산 후 출근하거나 야간산행을 즐기는 산꾼들이 적지 않고, 하루라도 산에 오르지 않으면 삭신이 쑤시는 산중독자들도 많다. 세계 어디에도 이토록 온 국민이 산을 좋아하고, 매일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국민들도 없을 것 같다.

▲특히 북녘 백두산에서 남쪽끝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국토의 등뼈 백두대간은 민족적 동질성의 상징으로서 산 이상의 산이다. 최근 국토연구원이 현행 교과서의 잘못된 한반도 산맥지도를 첨단기법으로 정확하게 새로 완성해 냈다 한다. 추가령 구조곡을 사이에 두고 단절된 것으로 알려졌던 북의 낭림산맥과 남의 태백산맥이 하나의 줄기로 힘차게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무엇보다 반갑다. 1903년 일본인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小藤文次郞)가 만든 산맥체계를 수용한데서 비롯된 오류가 100여 년만에 바로잡히게 됐다. 더우기 이번 산맥지도가 19세기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산맥체계와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 놀랍다.

▲우리 한국인은 세상사로 애를 끓이다가도 산을 보면 평온해진다. 그러기에 마음이 괴로울 때, 외로울 때면 그 깊은 품에 안기고 싶어진다. 산에서 마음을 키우고, 도전정신을 다진다. 산은 우리에게 고향같고 어머니같다. 하나로 이어진 백두대간처럼 새해부터는 우리의 찢기고 상처받은 마음들도 하나로 모아지고 치유되었으면….

전경옥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