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도만 있고 인도 없는 도로가 어딨나"

"주택과 상가가 밀집한 지역에 국도가 뚫렸는데 인도가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북구 태전동 태전삼거리~대구보건대~대백아파트(1.2㎞) 구간 국도는 지난 2002년 9월 4차로로 확장됐지만 2년이 넘도록 동쪽 인도가 없이 방치되고 있다. 국토관리청과 대구시가 서로의 책임이라며 떠넘기는 바람에 하루 수백 명이 오가는 보행자 도로는 먼지만 풀풀 날리는 지경이 됐다.

경계석이나 보도블록도 없이 공간만 남아있는 보행자 도로는 이미 불법 주차차량과 인근 상가에서 내놓은 기둥 간판들이 차지했다. 때문에 주민들은 대형 차들이 오가는 도로 위를 조심스레 살피며 걸어야 할 정도. 인근 버스정류장도 마찬가지다. 인도가 없다 보니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도로 가장자리에 모여 있다. 특히 인근 초등학교 등·하교 시간엔 매일 아찔한 순간들이 반복되고 있다.

환경미화원 김모씨는 "시민들이 도로로 통행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교통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인도 포장이 안 돼 있어 먼지가 많이 날리고, 각종 쓰레기도 쌓이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한쪽 인도만 들어선 '기형 도로'가 생긴 이유는 국토관리청과 대구시가 서로 예산이 없다며 떠넘기기를 하고 있기 때문.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 94년 말부터 태전삼거리~왜관 IC에 이르는 국도 4호선을 2개 차로에서 4개 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를 시작해 지난 2002년 마무리했다.

당시 대구시와 북구청은 태전삼거리~대백아파트에 이르는 1.2㎞ 구간의 폭을 35m로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토관리청 측은 이 구간은 대구시 도시계획구역 안쪽이기 때문에 인도 공사는 시 몫이라며 거부했다. 대구시는 예산 확보가 어렵다며 국토관리청 측에 인도 가설을 수차례 요구했고, 결국 서쪽 인도만 겨우 들어선 채 확장 공사는 끝나버렸다.

대구시 도로과 관계자는 "오는 2007년부터 시작되는 도로확장 중기계획에 동편 인도 가설을 포함시켜 놓았지만 국비 지원 없이 90억 원에 이르는 공사비를 마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 인도가 확보되지 않은 대구시 북구 태전삼거리 부근 도로에서 학생들이 차로로 보행하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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