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지역밀착형 동네 방송

지난해 말, 내 인생에서 한 번도 상상하지 않았던, 팔자에도 없는 소출력 공동체 라디오방송국 이사장이 되었다.

방송국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나에게 방송국 이사장이라는 자리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부담스럽고, 갑작스럽게 바뀐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것 또한 만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올해부터 국내에서도 소출력 공동체 라디오 방송이 시작된다.

공동체 라디오방송이라는 용어조차 아직은 생소하다.

최소한 합의할 수 있는 것은 출력이 낮기 때문에 소출력 방송이라는 것이며 그래서 지역밀착형 동네 방송이라는 것이며, 청취자가 방송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제작의 직접적인 주체가 되기 때문에 라디오를 매개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공동체 라디오방송 시범사업을 앞두고 필자에겐 몇 가지 고민이 있다.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는 것에서부터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고민들이다.

먼저 정부의 재정적 지원 문제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이 방송국을 운영하기에는 재정이 턱없이 부족하다.

초기에 이 사업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로부터의 재정적 지원이 관건적 요소이다.

다음은 출력의 문제이다.

1w의 출력이기 때문에 가청권역이 매우 좁다.

출력을 높이는 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또 법규에 관한 문제도 연구되어야 한다.

현재 공동체 라디오방송국에는 거대한 상업방송국과 동일한 방송법이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불합리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소출력 지역밀착형 동네방송국만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정체성을 정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대안 미디어로서의 역할과 지역 내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말이다.

성서공동체방송 대표 정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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