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많이 드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7일 점심 무렵 서구 내당동에 있는 '호동이 숯불촌' 식당은 떡국과 돼지고기 볶음, 떡, 음료수 등으로 푸짐하게 차려진 상을 받은 50여 명의 노인들로 북적거렸다.
이 식당 사장 박은한(39)씨가 홀몸노인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1월부터. 제일종합사회복지관 직원이 이곳에 들러 식사를 하다가 박씨에게 봉사활동을 제의하자 박씨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이날 노인들은 서로 웃고 이야기하며 박씨가 준비한 음식을 먹었고, 그는 연신 "여기 고기 좀 더 내오세요", "뭐 좀 더 드릴까요"라며 식탁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니기 바빴다.
박순이(73·서구 원대동) 할머니는 "경기도 안 좋다는데 4년째 꾸준히 우리를 챙겨주는 사장님은 본받을 점이 많은 분"이라며 "실속을 안 차리는 마음 씀씀이가 고맙지만 우리 때문에 장사가 안 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기도 했다.
박씨의 손을 붙잡고 연신 감사의 인사를 한 김모(74·서구 평리동) 할머니는 "식사도 좋지만 몸이 불편해 집에만 있다가 이 기회에 바람 쐬러 나오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며 활짝 웃었다.
복지관 차량을 타고 들어서는 노인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인사를 건네는 박씨는 "다른 음식은 매달 내어놓던 것이지만 이번에는 새해를 맞아 떡국을 준비했는데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시니 다행"이라고 했다.
불경기 속에서 지속적으로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고향 예천에 사는 부모님과 24시간 음식점 문을 여는 탓에 남편의 얼굴조차 보기 힘든 아내의 이해가 박씨에게는 큰 힘이 된다.
박씨는 계산한 적도 없고 밝히기도 꺼려 하지만 이날 제공된 식사료는 줄잡아 50여만 원. 하지만 박씨는 그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형편이 넉넉지 않아도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이로 인해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박씨는 "돈은 별로 없어도 음식점을 하니 식사라도 제공해 드릴 수 있는 것"이라며 "이 행사를 기다리는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그만두기 힘들지 않겠느냐"며 밝게 웃었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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