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호팀 "곳곳에 수습 못한 시체 참상"

휘어진 레일 주변에는 열차 토막이 그대로 널브러져 있었어요. 거무튀튀한 늪에는 대여섯 구의 시신이 떠 있었는데, 팔과 다리가 허리통만큼 퉁퉁 불어 있었습니다."

스리랑카 해일피해 현장을 다녀온 스킨스쿠버 채건(33·동구 지묘동)씨는 현지에서 본 참상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채씨는 지난 1일 구호활동을 위해 사회복지법인 '한국응급구조협회' 방역팀 8명, 대구·경북 스킨스쿠버강사협의회 동료 강사 9명과 함께 12시간을 비행해 스리랑카 남부 관광지 '갈(Galle)' 지역을 찾은 뒤 지난 5일 귀국했다.

갈 지역은 해일이 열차를 덮쳐 승객 1천500여 명이 떼죽음하는 등 6천여 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되는 최악의 참사현장. 수도 콜롬보에서 120㎞가량 떨어진 해안도시다.

"해안도로가 파괴돼 7시간이나 걸려 열차사고 현장인 밀림에 도착했습니다. 시신은 겨우 수습을 마친 듯했지만 탈선한 열차 8량은 사고 당시 그대로였어요."

이들은 현지에서 조달키로 했던 다이버용 산소통과 구명보트가 해일에 휩쓸려 가는 바람에 애초 계획한 사체인양 작업을 벌이지는 못했지만 참사 현장을 똑똑히 목격할 수 있었다.

"열차를 덮친 해일이 1㎞나 내륙 쪽으로 밀려와 늪에 시신들을 몰아넣고, 10여 곳의 인가까지 휩쓸었더군요. 정글은 악취와 습기가 자욱해 견디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주민들에 따르면 해일이 덮치기 직전 바닷물이 순간적으로 얕아지더니 10~20m 높이로 덮쳤다고 했다.

이현석(35·수성구 시지동)씨는 "시신 상당수가 심하게 부패해 사진 찍기가 바쁘게 집단 매장됐다고 들었다"며 "일행이 타고 간 25인승 버스와 트럭이 지나는 곳마다 수 백여 명의 주민들이 구걸하고 있었고, 수도 공급이 끊겨 식수 구하기도 힘든 비참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현지에선 식수, 식량과 더불어 의료·방역서비스가 가장 절실했다. 보건위생이 엉망이다 보니 전염병 발병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 콜레라가 발병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지만 이미 갈 시내 병원도 해일에 파괴됐다. 함께 간 방역팀은 현지 요청에 의해 귀국하지 못하고, 시내에서 연막소독을 돕고 있다고 했다.

"구호활동을 못해 아쉬웠지만 대신 카메라와 비디오에 생생한 참상을 담아왔습니다. 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 주민들을 돕기 위해 대구시민들도 발벗고 나섰으면 합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사진:스리랑카 해일 참사현장을 다녀온 스킨스쿠버들이 현지의 참사를 전하며 몸서리쳤다. 왼쪽부터 채건, 이현석, 하수환씨.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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