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전모(30·대구 남구 대명동)씨는 7일 오후 먹다 남긴 닭도리탕 냄비를 들고 음식물 쓰레기 분리 수거함 앞에서 한참 망설였다. 구청의 음식물 직매립금지 홍보에 따르면 냄비 안에 남은 야채나 닭고기는 '음식물 쓰레기'지만 닭뼈는 '일반쓰레기'였기 때문.
전씨는 결국 30분이나 걸려 뼈에서 일일이 살을 발라내고서야 수거함에 냄비를 털어 넣을 수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에 버려야 하나', '일반 쓰레기 봉투에 넣어야 하나'
'음식물 쓰레기 직매립' 금지가 일주일째를 맞았지만 음식물 쓰레기의 범주를 놓고 시민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환경부가 혼동하기 쉬운 일반쓰레기의 예로 생선과 육류 뼈, 어패류 껍데기, 과일씨 등을 예시했지만 현실은 이보다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 데다 자칫 음식물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넣었다가는 5만~10만 원의 벌금마저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선 답답=주부 김영숙(32·대구 수성구 시지동)씨는 신문에서 오려낸 음식물 쓰레기 기준을 냉장고에 붙여놓고도 짜증이 난다. 밥상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그 종류가 천차만별인데 일률적인 표로 구분이 가능하겠느냐는 것. 김씨는 "'크고 단단한 생선뼈다귀'는 일반 쓰레기라고 돼 있지만 '크고 단단한'의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음식점은 황당=답답하기는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식당 업주들도 마찬가지.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장모(44·대구 달서구 이곡동)씨는 "'동물이 먹을 수 있느냐'가 음식물 쓰레기의 기준인데 피자를 만들다 남은 밀가루 반죽은 음식물 쓰레기인지 아닌지 헷갈렸다"며 "시청에 물어보니 종량제 봉투에 버려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밀가루 반죽을 소· 돼지가 먹을 수 있다는 건지 의아하다"고 혀를 찼다.
▨당국 대응은 오락가락=환경부는 지난 5일 회의를 열고 전국 지자체의 음식물 쓰레기 분류 기준을 일원화했다. 소·돼지 등 동물 사료로 재가공할 수 있는 것을 음식물 쓰레기로 분류하자는 일반원칙이 마련된 셈.
대구시 관계자는 "쉽게 생각해서 동물이 먹을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 음식물을 분류하는데 애는 먹겠지만 결국 각 가정에서 음식물 분리수거에 적극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경북 중소도시선 아예 분리수거 안돼=포항과 안동 등지에선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거업체나 처리업체가 수거와 처리를 거절, 거리에 방치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포항·안동 등지의 쓰레기매립장 경우 직원들이 쓰레기 봉투를 뒤져 분리하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를 찾아내는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안동의 한 대행업체는 수거한 음식물 쓰레기를 의성의 전문 업체에 위탁처리하러 갔으나 수저와 병뚜껑, 심지어 옷가지 등이 섞여 정상 처리가 불가능해 몇 차례 반송됐다.
때문에 일부 수거 대행업체도 분리되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는 아예 수거하지 않아 쓰레기봉투가 곳곳에 방치되고 있다.
포항시는 분리하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를 넣은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스티커 5천여 장을 붙인 채 그대로 두고 있다. 정경구·박진홍·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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