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노래하는 마음

우리 민족은 유독 가무(歌舞)를 즐겼다고 한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노래를 불렀다.

집안 경사에는 '얼씨구 절씨구'하며 콧노래에 어깨춤을 덩실거렸고, 논밭에 나가서는 '에헤야 데헤야'하며 방아타령을 흥얼거렸다.

고기잡이배에서도 '어기여차 데기여차'하며 장단에 맞춰 노를 저으며 신명을 더했던 게 우리 선조의 삶이었다.

백제의 무왕은 신라 선화 공주를 연모하여 '서동요'를 지어 퍼뜨림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완성하는 기상천외한 노래전법을 구사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우리 민족은 슬픔도 곡조에 맞춰 멀리 떠나 보내는 절묘한 음유 시인이기도 했다.

고구려 2대 왕 유리왕이 이별한 왕비를 못내 그리워하며 지어 부른 '황조가'는 우리나라 최초의 노래로 여겨지고 한국인의 서정을 가장 잘 표현했다는 '아리랑'은 구구절절 애타는 심정이 노래곡조에 녹아내려 이별의 아픔을 치유할 정도이다.

노래가 인간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은 비단 우리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노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왔다.

인간과 노래와의 만남 가운데 절정의 극치는 아마도 헨델의 '할렐루야 합창'으로 여겨진다.

1742년 영국 런던에서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 합창부분에 이르러 '할렐루야'가 울려 퍼졌을 때 국왕 조지 2세는 전율에 가까운 감동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던 것이다.

노래는 그저 음의 높낮이와 장단을 서로 다르게 조립한 소리의 변형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깊은 내면 세계의 표출이다.

지난 한해 우리는 정치, 경제면에서 어렵고 힘겹게 지내왔다.

우리의 입술과 마음에서 노래를 담을 여유조차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을유년 올해는 모든 국민이 기쁨에서 우러나는 그런 노래가 용솟음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대구의 자랑인 동양최대 규모를 지닌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노래하는 마음과 마음이 한 데 어우러질 수 있고 할렐루야를 능가하는 천상의 음악이 울려 퍼지기를 소망해본다.

계명대 성악과 초빙전임교수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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