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朴 의원과 李 '왕특보'

박찬석 의원.

대구 경북에서는 유일한 여당 국회의원인 그가 요즘 '외롭다'고 한다.

햇병아리 초선 야당의원이라면 혹 춥고 배고픈 외톨이 신세가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명색 국립대학 총장 출신의 집권 여당 의원이 지역정치판에서 '나홀로 의원 대접을 받고 있다'는건 어딘가 문제가 있다.

당사자인 박 의원은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예산 따내기 같은 국회 활동에서 지역 여'야 의원들이 손을 모아야 하는데도 한나라당 의원들 중 어느 누구도 공조(共助) 요청을 않고 정보도 주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심지어 당장 예산 확보가 아쉬운 시장이나 도지사도 자기한테는 손을 내밀지 않으니 난들 어쩌겠느냐는 거다.

그의 말대로라면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이나 자치단체장들이 단 한푼의 예산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서는 지역 여당 의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걸 인정하면서도 코드가 다르다고 외롭게 돌아 세워 두는 것은 지역으로서는 손실이고 옹졸한 실수다.

반대로 그에게 부탁해봤자 도움 받을 것도 없고 여당 의원이라고 해서 '알라딘의 등잔'같은 존재도 못되더라며 영향력을 불신하고 있다면 박 의원이 뭔가 다시 생각해야 한다.

특히 박 의원을 대구 경북 지역에 심어놓은 여권 수뇌부는 대구에도 비례대표자리 내줬지 않느냐는 식으로 쇼윈도에 마네킹을 세워놓듯 할게 아니라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강한 태엽을 감고 밀어 주고 있느냐를 점검해야 한다.

박 의원 경우 개인적으로는 20대의 건강한 제자와 맞붙어 자전거 투어로 일본을 일주하면서 라면 끓여 먹고 시골 목욕탕에서 새우잠 자가며 수천㎞ 달리는 열정과 뭣이든 일하고 싶어 몸살이 나는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분이다.

지역 야당 의원들로서는 비록 그가 정치노선이 다른 여당의원이라 하더라도 그런 열정을 선의로 이용하고 공조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지역 이익을 위한 개혁적인 큰 정치임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지금 지역 형편은 고양이 손도 빌려야 할 판이다. 여당'야당 코드 따질 계제가 아니다. 지역이익 앞에서만은 열린당에 대한 응어리나 적대적 심기 같은게 있더라도 훌쩍 벗어던져야 한다.

"쟤하고 손잡느니 예산 덜 따고 말지"라는 배타적 오기 같은 게 있다면 지역 이익은 안중에도 없는 태도다. 지역민이 한나라당에 몰표 준것은 그런 식의 오기나 부리라고 표준 것은 아닐 것이다.

박 의원도 가을 타는 소년처럼 억울한 외로움만 탓하지 말고 탱크 같은 자신의 열정적 스타일대로 야당의원 방을 찾아다니며 '뭘 함께 도울까요'라고 가슴을 열어야 한다. 의원회관에 앉아서 '그래도 나는 여당의원인데' '답답하면 너희가 찾아와 먼저 부탁해야 내가 나서지'해서는 안 된다.

마침 엊그젠가 '왕특보'이강철씨도 열린우리당 비대위 집행위원의 직함을 달고 다시 돌아왔다. 지역으로서는 박 의원과 함께 지역현안을 지원해줄 실세 원군이 더 큰 화력을 갖추고 가담해온 셈이다. 특보중에도 왕(王)자가 더 붙은 특별한 노 대통령의 측근이 복귀했으니 지역으로서는 뭔가 실리를 챙겨올거란 기대도 있다. 이 특보는 지난 총선에서 낙마했었다. 한나라 일색으로 뽑은 이 지역의 선택이 실수했는지 표얻기에 실패한 이 특보가 부족했던 것인지 지난 일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부질 없는 일이다.

지금은 지역정서 같은 실체없는 그림자에 휘둘리기보다는 포용과 화합 그리고 실리를 통한 지역발전과 퇴보 방어가 시급하다. 노 대통령에 대한 인기와 그래도 지역을 위해 일해 보겠다는 여권인사들의 인기를 연결시키는 감정 전이도 부질 없는 일이다.

함께 가야 다같이 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당의원들은 외로운 박 의원을 나홀로 버려두지 말고 소주집에 불러내고 박 의원은 오라는덴 없어도 갈데 많은 불청객이라도 된 듯 뻔질나게 야당의원 소주자리에 비집고 들어가는게 좋다. 왕특보 역시 그동안 큰 감투나 칼자루도 안쥔 시기에도 지역 인사들을 곳곳에 등용시키는 일에 발벗고 나섰던 영향력과 의욕을 식히지 말고 약간은 더 커진 감투에 걸맞은 지역봉사에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그런 노력이 범 지역적으로 공감되기 위해서는 한가지 꼭 유념해 주실 것이 있다.

코드를 유럽형으로 바꿔 지역 전체를 아우르라는 권고다. 한가지 형태의 코드만 꽂고 다니면 한개의 등밖에 켤 수 없다. 원형'삼각형'사각형 등 다양한 유럽호텔 스타일의 다기능 코드를 갖출때 비로소 보다 더 많은 다른 전등에도 불을 켤 수 있다.

만날때마다 코드 맞아 편안한 내사람들만 뭉쳐내지 말고 만나면 불편한 사람들, 얼굴 맞대면 욕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아울러야 한다.

왕 특보와 박 의원이 바로 그런 자기변화에 성공할 때 지역 여당 정치 지도자로서의 위상과 영향력이 커질 수 있고 야당의원들이 못해내는 알라딘의 등잔 같은 신통력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 길만이 지역을 살리고 열린우리당이 지역 사랑을 얻어가는 길이다. 지역을 위해 두분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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