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총력경제의 전제조건

정부는 올해의 정책 우선순위를 민생경제에 두고 경제에'올인'한다고 한다.

세계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데 한동안 세계경제의 모범국이었던 아시아의 네 마리 용(龍) 중 우리만이 유독 3% 내지 4%대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였으니 당연한 목표설정이다.

정부는 금년도에 다시 5% 성장으로 40만 개의 일자리를 목표로 한다지만 어두운 전망만 계속 나오고 있다.

집집이 청년실업자가 득실거리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국민은 고통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거리의 성난 민심은 몇 마디 말로 수습할 수 없으며 경제는 하루아침에 좋아지지도 않는다.

총력경제체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 가지 기초 조건은 충족해야 한다.

경제는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인을 편안하게 하고 기업의욕이 살아나야 한다.

더 이상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나 규제는 끝내야 한다.

경제 활성화를 최우선 정책목표로 설정했다면 정치나 사회 환경도 같은 방향으로 매진해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이기심을 자극하여 이윤을 많이 내고 부자들이 존경받는 사회가 되어야 기업의욕과 소비의욕이 되살아난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 속에는 어느새 '기회의 평등'보다는 '결과의 평등'을 요구하며 경쟁하기를 싫어하는 분위기가 싹트고 있다.

지금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노동쟁의에 시달리고 사회적으로는 반기업적, 반시장적 정서에 위축되고 있다.

또한, 거대기업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중소벤처기업들도 인수·합병(M&A)을 노리는 외국자본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많은 자금을 보유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고심해야만 한다.

경영자들이 생산성 향상이나 신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여도 치열한 국제경쟁에 살아남기 힘든 판에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적극적인 기업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부의 정책은 예측가능성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언제 어떻게 변할는지 알 수 없는 정책환경에서 위험을 관리하면서 투자를 할 수는 없다.

더욱이 경제정책은 외곬이 아니라 정책조합(policy mix)으로 존재한다.

정책조합은 예상효과를 최대화하고 국민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완충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경륜 있는 전문가들이 일관된 정책기조 아래 정책조합을 만들어 섬세하게 조율(fine tuning)하여야 한다.

주요목표를 향하여 거시정책과 미시정책, 재정정책과 금융정책, 장기정책과 단기정책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연관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청와대 내에 다양한 위원회를 설치하여 국정 로드맵을 많이 만들었다면 이제는 상호 모순되지 않게 체계적으로 실천하여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할 때이다.

기업가의 창의력을 존중하여 민간투자는 최대한으로 촉진하고 공공투자는 이를 보완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

정부는 민간투자가 위축되자 상반기에 예산을 집중 배정하는 등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구사하고 하반기에는 '한국형 뉴딜정책'이라고 하는 종합투자계획을 집행하여 대대적인 건설경기 부양에 나선다고 한다.

우선 예산의 조기배정과 공공투자정책은 민간투자에 비하여 일자리다운 일자리 창출이 어렵고 투자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 외에도 자금동원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야기됨을 유의해야 한다.

일본의'잃어버린 10년'동안 불황대책으로 막대한 공공투자를 시행하였지만 거품화되어버린 사례를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민간투자는 철저한 투자분석을 통하여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기업이익의 창출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정부투자는 정치적 필요가 있으면 효율이 낮아도 무리하게 자금을 투입하는 속성이 있다.

이는 크게 보아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효율적이고 공산주의 계획경제가 비효율적인 것과 궤를 같이한다.

이러한 기초조건들도 국민의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자님 말씀에도'꾸며서 하는 말은 진실성이 없다'(巧言令色, 鮮矣仁)고 하였다.

우리 사회는 지금 말 따로 행동 따로 움직이는'불신의 시대'가 되어 버렸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연평균 7%의 성장으로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동북아 경제중심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건만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여 국민은 실망하고 있다.

실천을 전제로 하지 않는 정책은 신뢰를 떨어트릴 뿐이다.

우리 국민은 분위기만 성숙하면 기업의욕과 근로의욕이 왕성한 민족이다.

개발연대에는'할 수 있다'라는 신념으로 신바람나게 일하여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지 않았던가. 이번만은 결코 빈말이 되지 않아야 한다. 이진무 KAIST금융공학연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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